어느 동네이건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흔적들이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
담벼락의 귀여운 낙서들이,
오래된 집의 낡은 창문이,
담장 위 덩굴장미 몇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빨래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내보이지도 않은
지친 마음을
저 먼저 위로해 준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부르게 되는 노래가 있다
아픔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시절
혼자 숨죽여 불렀던 그리움의 노래
그 익숙한 노래가 오늘은 고마운 동행이 된다
일그러진 양동이, 깨진 화분의 작은 틈에도
낯익은 꽃들이 자라고
낡아도 버리지 못한 미련스러운 소유조차
골목길 안에서는 정겨운 풍경이 되어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제자리를 지켜 가는 오래된 것들을 보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숨 가쁜 일상도
평범한 호흡으로 되돌리는
골목길의 정겨운 풍경으로
지친 하루가 넉넉한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