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아침, 볶음밥을 만들다
눈내린 아침, 그리고 아내의 한마디
눈 내린 아침이다. 베란다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가 나오더니 아침밥을 책임진다는 사람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사실 몇 번 고민하긴 했지만, 지난번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망설이던 차였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뭐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의 시작, 볶음밥과 계란국
우선 쌀을 씻어 밥솥에 취사 버튼을 누르고, 냉동실에서 볶음밥용 야채를 꺼냈다.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볶음밥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볶음밥용 야채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여 브로콜리를 데치고 양파를 썰어 추가했다.
볶음밥에는 계란 프라이가 있어야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온다. 그래서 네 개를 부쳤다. 딸은 완숙을 좋아해 양면을 다 익혔다. 국은 계란국으로 정했다.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지만, 아내의 지도에 따라 도전해 보기로 했다. 세상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다. ‘시크릿 코인’이라는 신비한 재료가 있다. 모든 국물 요리에 들어가는 이 비법 재료를 잘게 부숴 냄비에 넣고, 다시마로 간을 한 뒤, 달걀 두 개를 풀어 넣고 저어주니 금세 먹음직스러운 계란국이 완성되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
이제 넓은 프라이팬에 식은 밥을 넣었는데, 양이 부족해 갓 지은 밥을 추가했다. 밥을 골고루 섞으며 볶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자 맛이 제대로 배었다. 간단하지만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식탁을 차리고,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을 깨워 식탁에 앉혔다.
둘러앉아 볶음밥과 국을 나눠 먹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물론 내 주관적인 평가는 아니고, 딸과 아내가 직접 한 평가니 믿을 만하다. 새로이 가족이 된 쇼타 청년과 함께하는 아침 식탁, 그리고 내가 만든 볶음밥. 이 평범한 순간이 왠지 더없이 행복하다.
사랑의 온기, 깊어지는 시간
아파트 뒤 불암산에도 겨울의 마지막 눈이 소복이 내려 있다. 식사 내내 두 청춘 남녀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나도 저맘때쯤 저런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봤겠지. 세월이 무심히 흘러 감각마저 무뎌졌지만, 함께한 시간만큼 깊어진 내공이 있으니, 젊은이들의 사랑에 결코 뒤지지 않을 터.
그 내공으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아랫목 군불처럼 은은한 온기를 더하는 깊은 사랑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