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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Mar 03. 2024

봄 잔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을 예찬한 우리 가곡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봄이 되면 천지가 꽃잔치가 된다.

겨울 내내 숨죽였던 새싹들이 태양의 기운으로

일제히 솟아오르는 계절!

봄은 탄생을 알리는 계절이다.


사계는 인생과 같아서 갓난아이로부터 시작해

여름엔 푸릇푸릇한 청년이 되었다가 가을엔 결실을 거두는 중년이 되고 겨울엔 마른 가지처럼 노년이 되어 어느 순간 동면으로 들어간다.

영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노년과 겨울은 닮아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새롭게 탄생하는 봄이 제일 좋다.

3월에 접어든 이맘때면 꽃봉오리들이 아직은 찬바람을 감지하며 언제 세상으로 나갈까 고민 중일 것이다.

땅에선 수만 가지의 새싹들이 얼었던 대지 속에 숨죽이고 있다가 땅이 풀리는 기운이 보이면 서둘러 머리를 들이밀 것이다.  


진달래가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는 불암산 기슭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분홍색 예쁜 꽃잎들을 한 아름 따올 거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진달래 화전을 부치고 봄의 향연을 제대로 음미할 것이다.                     

근처 수도원 과수원 대지가 온통 쑥밭으로 변하면 바구니와 칼을 챙겨 봄볕 받으며 과수원 나무 둥치 근처를 서성이고 통 실하게 살이 올라 천지에 쑥향을 내뿜는 쑥을 가득 캐서는 진한 쑥내음 나는 쑥국과 쑥버무리를 해서 먹을 것이다.

봄이어야만 할 수 있는 봄잔치가 열리는 것이다.


이미 지난겨울부터 목련은 꽃봉오리를 가득 안은 채

봄의 기운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 정원에도 하얀 목련이 도도히 그 우아한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용암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벚꽃나무길엔 눈에 다 담지도 못할 벚꽃들이 섬광처럼 피어오르고 찰나의

영화를 누리다 꽃비를 뿌리며 바람처럼 사라져 갈 것이다.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벚꽃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나른한 오후 김선우 작가의 봄 마중같이 나도 예쁜 술잔하나 고이 모셔다가 벚꽃 그늘 아래에 홀로 앉아 술 한잔 홀짝이며 허망하게 사라져 갈 봄을 맘껏 만끽할 것이다.


올봄은 또 그렇게 맞이하며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연이 주는 형언할 수 조차 없는 봄의 향연을 두 눈과 가슴으로 목도하며 행복한 시절을 지척의 봄과 함께 누릴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에 봄이 가득 고여진다.


첫 영성체를 받아 모시는 신자의 경건하고 고결한 마음으로 이제 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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