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성과 비즈니스 모델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리는 매일 같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된 시장 덕분에 소비자들은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끊임없이 '혁신'을 외치며 신제품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일까? 아니면 이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진정으로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대부분의 '새로운 제품'은 단지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거나 기능을 조정한 것일 뿐, 본질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차별화된 제품은 기능이나 디자인의 개선을 넘어, 구조적 또는 연결적 관점에서 새로워져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위상성'의 개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간의 본질적인 차별성을 탐구할 수 있다.
위상성(Topology)이란, 공간과 구조의 본질적인 연결성과 패턴을 연구하는 수학적 개념이다. 위상수학은 크기나 모양이 아닌 연결성과 구조적 특성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도넛과 머그잔은 겉으로 보이는 모양은 다르지만, 구멍을 하나만 가진다는 점에서 위상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개념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구조적 연결과 흐름을 분석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조적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을 개선하면서, 혁신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복잡한 비즈니스 시스템의 1) 본질을 파악 2) 비효율을 제거 3) 최적의 연결을 설계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작용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을 위상적으로 분석해 보면 두 서비스가 차별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클라우드의 람다와 구글 클라우드의 클라우드 런은 이름은 다르지만(모양은 다르지만) '서버리스 앱 엔진'이라는 점에서 위상적으로 같기 때문에 차별적이지 않다(구멍의 개수가 같다). 그에 비해서 다른 데이터 웨어하우스 시스템에 비해 구글의 빅쿼리는 비정규 데이터도 다룰 수 있고, ai 엔진과의 연동, 실시간 분석 등의 차이를 보이며 위상적으로 차별되는 서비스를 보여준다(구멍의 개수가 다르다).
위상적 접근은 겉으로 드러난 형태나 데이터가 아닌, 본질적인 연결성과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시각화하고 단순화하여 핵심 요소와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이러한 기능은 서비스의 숨겨져 있는 중요한 문제를 규명하는 것에 이점이 있다. 즉, 위상적 접근은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한 점을 식별하고 경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상성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분석하면 본질적인 차별성을 찾고 구조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위상적 접근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 시각화, 단순화, 그리고 새로운 경로 설계이다. 첫 단계는 시각화이다. 비즈니스 시스템을 그래프로 모델링하여, 모든 노드(예: 고객, 부서, 파트너)와 에지(연결 경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두 번째 단계는 단순화이다. 이 과정에서는 중요한 노드를 제외하고 비효율적인 주변 노드를 제거한다. 단순화된 모델은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어 준다. 세 번째 단계는 새로운 경로 설계이다.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존에 없던 노드를 추가하거나, 불필요한 노드를 제거하는 것이다. 새로운 노드를 추가하면 부족한 연결을 보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지름길을 만들 수도 있다. 불필요한 노드를 제거한다면 비효율적 연결이나 비용이 높은 노드를 제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기존 네트워크와 본질적으로 다른 연결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차별화된, 위상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위상적 접근의 예시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고객 여정 개선을 들 수 있다.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고객이 제품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위상적 접근의 시각화를 통해 고객 여정을 그래프로 모델링하여 1) 검색 2) 상세페이지 3) 장바구니 4) 결제 단계를 노드로, 단계 간의 흐름을 에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래프를 통해 문제 발견을 기대할 수 있다. 분석해 보니,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후 결제 페이지로 이동하기 전에 이탈하고 있었다. 이는 장바구니 -> 결제로 넘어가는 연결에, 분명히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로 개선이 필요하다. 고객이 검색에서 결제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바로 결제" 버튼(노드)을 추가하여, 불필요한 단계(장바구니 노드)를 뛰어넘는 단순화된 경로를 제시했다. 이로 인해 결제 전환율이 증가하고, 고객 만족도가 상승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직 내 구조 개선에도 위상적 접근이 가능하다. 한 IT 기업에서 프로젝트 진행이 매번 지연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의 부서들은, 필요한 정보를 매번 해당 부서에 직접 요청하고 있었다. 이를 시각화를 통해 조직 내 부서를 노드로, 부서 간 의사소통 경로를 에지로 표현한 그래프를 생성할 수 있다. 만들어 놓은 그래프를 통해 부서들 간의 정보 전달 경로가 너무 복잡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복잡한 구조가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 시간과, 정보들을 종합하는데 큰 비용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회사는 정보를 모으고 공유할 수 있는 허브를 생성(노드의 추가)하고, 각 부서는 필요한 정보를 허브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여 스타(별모양, 성형)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부서 간 정보 공유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리 정보가 종합되어 있다 보니 프로젝트 속도가 개선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제품과 서비스 속에서 진정한 차별성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위상적 사고는 단순히 기능적 개선이 아닌 구조적 본질에 주목하게 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제품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본질적인 패턴을 발견하며, 혁신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미 많은 기업이 위상적 접근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제품의 연결성을 위상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과정은, 결국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 위상성을 단지 이론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혁신을 창출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는 겉모습뿐 아니라 구조적 본질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