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주머니는 헐렁했다
잃어버리는 습관이
찾는 습관과 같아져서
세상은 적당히 균형적이라 믿었다
주머니를 탈출하는 것은
자유로움이거나 중력이 문제지만
때로는 미수에 그쳤다
간혹 안쪽 주머니에서 느닷없이 귀환해야 했다
혼잣말을 곁에 둔 날이 많았다
힘겨웠던 상실이
각별한 자세가 될 때까지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간격을 좁히며
떠난 그를 좋은 쪽으로 아껴 두었다
어느 날
거울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체를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움직이던 그녀가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스스로 이미 어떤 경계에 이르렀다고
중력의 문제도 아니고
주머니 문제도 아닌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억이
그 이후
그녀 주변으로 한 번씩 튀어나왔다
빗나가는 생각들이 범람할 때조차도
그를 결코 잊지 않았다
그녀의 반쯤은 빈집에 두고
병원으로 옮긴 그날
다 죽은 화분에 혹여 잡초의 씨앗이라도 있을까
뒤져보는 내 마음은
누군가 주머니를 다 헤집고 나가버린 것처럼
마감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숨겨놓은 것들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