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기 위해 일찍 서둘렀더니 어느덧 마트 주차장이다. 참으로 이상한 건 필요한 물품 외 것들도 항상 카트 한구석에 담긴다는 것이다. 내 돈 내산이지만 참으로 지출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평소 잘 가는 동네 마트이지만 오늘은 왠지 더 신경이 쓰여 준비할 재료도 이것저것 재보고 괜스레 들었다 놓았다 반복한다. 마음에 여유도 없어 시간만 축낸다"
초등학교 딸의 체험학습이 있는 전날이다.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모처럼 가는 체험학습인데 나름 '우와' 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별 그램에 이쁘고 알록달록한 도시락처럼 싸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세상에 금손인 부모가 왜 이리 많은지
작고 오동 통한 메추리알에 노란색을 입혀 정말 귀여운 병아리 까지는 만들어밨지만.. 이미 유행에 흐름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깟 도시락이 대수인가 싶지만 어릴 적 어렴풋이 나의 소풍의 한 장면이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있기에 그 기억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기에 굳이 내 생에서 반복할 필요가 또 있을까 싶었다.
나는 유치원 소풍을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언젠가 딸하고 갔을 때 정말 세월이 멈춘 듯 그대로인 것 같아 설레기까지 한 곳이다. 나의 어머니는 음식을 썩 잘하셨지만 식성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어린 시절에 기억이라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깨끗이 씻은, 김치 담았던 작은 플라스틱 통. 그리고 이리저리 담겨 있던 시금치 가득한 김밥. 나무 아래 빙 둘러 어느덧 자리 잡고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에, 서로의 김밥을 나눠 먹었던 그때의 나는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 이미 혼자 자리 잡고 있었다. 창피했다. 따스한 날, 플라스틱 통 사이에 있던 유산균의 생명력 때문일까!? 살짝 쉰내가 나기에 나는 등을 돌려 미처 잘리지도 않은 시금치 가득한 김밥을 몰래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로 인해 태어난 딸은 나보다 확고하고 주장이 있다. 아빠의 고민을 아는 듯 메뉴도 이미 스스로 정해놓았다. 도시락에 문어 소시지는 국 룰인 것처럼 꼭 있어야만 했으며, 어떤 통에 어떤 모양으로 담 든 세트로 파는 유부초밥에 맛도 아빠가 해주면 어느새 수제초밥으로 바뀐다.
마법이 아닐 수 없다.
잠이 덜 깬 눈으로 감탄에 감탄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문어 소시지의 눈 모양이 그래도 나름 좋았는지 서둘러 사진 먼저 찍으란다. 먹어버리면 사라진다고... 정말 사랑스럽다.
전날 혹여나 늦잠이나 자면 어쩌나 하며 잠도 설치게 된다. 물론 주방도 어수선하다. 나만 그런가 싶다가도 오래전 어머니도 이른 새벽, 나름 최선의 도시락을 위해 바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그때의 모습도 지금의 나의 모습도, 아니면 누구의 모습도 자식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은데. 나의 도시락에는 정성보단 시선에 신경을 더 쓰였나 싶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도 가득 사랑도 가득했을 그때의 도시락에는 무엇이 빠졌을까? 지금의 나의 도시락은 무엇이 가득 차 있을까? 정작 깨끗이 비어 온 도시락을 보며 맛있게 잘 먹었준 딸의 미소 많이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