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가득 설레다

ㅇ ㅕ ㅎ ㅐ ㅇ

by 자백

눈부신 햇살을 막아 줄 선글라스

밤 기차를 타고 센티해진 마음거리를 적을 다이어리

정겨운 시골 풍경을 바탕으로 보게 될 책

그리고 이리저리 꼬인 이어폰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어디서 잘까!! 바다로 갈까 계곡으로 갈까!!

아니면 잡지에 나온 이쁜 유럽으로 갈까!! 파스타 먹으러 이태리로 갈까!!


생각할수록 끝이 없고 친구랑 가야 하는지 효도한다고 부모님이랑 가야 하는지 당장 가야 할지, 아니면 적금의 만기를 눈 빠지게 기다릴지.

결국 적금은 해약하는 맛으로 시작하는 거구나!! 할 때쯤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뭔가 좋고 어린아이 마냥 얼른 내일이 왔으면 하는 것. 한 가지로 단정하지는 못하는 질문이지만, 준비하는 전날의 기분만큼은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 감히 말할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혹여나 나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다른 이견이 있으면 글이 끝나는 시점에 꼭 질문을 해주기 바란다(웃음). 이유에 덧 붙이면 더 좋고. 다른 생각을 듣는 것만큼 여행이랑 닮은 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평생 지금껏 근사한 여행 한번 가본 적 없다. 친구와 떠난 경포대, 힐링이 필요하다며 젊은 시절 연인과 떠난 가평, 어린 시절 무조건 갈 수밖에 없었던 명절 나들이, 나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년 하고도 10일의 군생활(이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지 싶다) 등등 생각해 보면, 은근 여기저기 다닌 것 같은데 나에게는 여행이라고 딱히 기억되는 건 없다.


물론 웃고 떠들고 울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뭐 남들 하는 건 다 해봤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만한 여행의 추억은 내게는 없다. 문득 여행이란 뜻이 궁금해 검색을 해본다.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국어사전에 나온 결과라면 나는 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개운치 않다.


타지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한 가지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20대 중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30만 원으로 주고 산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에서 전라도 광주로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아무것도 준비도 안 하고 옷가지들과 딸랑 가방 하나 메고 장마 끝 무렵에 무작정 떠났다. 땡볕에 화상을 입어 제천에서 기차를 타고 광주역까지 갔지만 돌이켜 보면 행복한 기억이다. 왜일까. 분명 외롭고 쓸쓸했고 고단했는데 왜 다른 여행에 기억보다 추억에 한 장면으로 남겨져 있을까.

자발적 백수. 타인이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내가 답하는 지금의 모습이다. 좀 있어 보인다(웃음). 나는 이 말이 좋다. 시작은 어설프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일 오전에 문화강좌를 들을 수 있으니 나의 명함인 셈이다. 백수는 혼자 움직일 때가 많다. 비교적 시간도 여유 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만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나를 내버려 둔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는가! 호사로운 처지를 맘껏 느끼고 싶다.


며칠의 쉼 끝에 다시 출발하였다. 비를 맞으며 광주에서 여수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의 기분으로 당장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여행뿐만 아니라 타인의 관계 속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의 의지로 보고 느끼고 순간순간 만끽할 수 있는 그때의 내 모습처럼. 요즘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면 백양사에 곧 물들 애기단풍이 기대된다.


웃고 떠들고 시끄러운 동네 술집,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필요한 돗자리 하나, 그리고 치맥. 정말이지 기분 좋게 만드는 주문이다. 비록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닐지라도 소소하게 일상 속에 슴슴히 찾아볼 수 있는 우리들만의 여행이 나는 참으로 좋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처럼 여행의 끝자락에는 스스로에게 말 한마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야 이번 여행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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