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학창 시절 가정 조사에서 적었던 취미란에는, 늘 똑같은 것만 적었다. 음악 듣기, 운동, 책 읽기 정도의 뻔한 것 들뿐이었고 그중에 피아노를 배운다 할 정도면 모두의 시선을 제법 받고 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학교가 끝나면 공 하나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뛰어다닐 때라, 따로 학원 다니며 취미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책 읽기는 그냥 적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음악 듣기, 운동, 책 읽기
운동은 워낙 개구쟁이였고 구경 다니는 걸 좋아해 이것저것 많이 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이유는 나름 배 나온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숨쉬기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는 뜻인데.. 누가 들으면 혀를 찰 할 노릇이다.
쯧쯧.
음악은 참 올드하다. 느린 것을 주로 듣는데 좀처럼 신곡에 대한 미련이 없다. 그렇다고 편식을 하지는 않는다. 가요계의 르네상스였던 90년대부터, 본 조비의 it’s my life도 제법 좋아한다. 요즘은 인디 스타 잔나비 노래도 좋고 가끔 드라이브할 때 걸그룹 노래도 흥얼거리기도 한다. 노래 부르기에 차만큼 좋은 장소는 없는 듯하다. 그냥 불러 재낀다.
어느 분의 말을 잠깐 하자면 취미인 글쓰기가 특기가 되어 밥벌이까지 한단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생활 걱정은 없으니 나도 이런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고작 고속도로 로맨스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연습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잘하면 나도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정말 취미 하나 없을까? 취미의 속성이 즐거움과 지속성이라면, 나에게도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활동이 있다. 물론 새로이 알게 되는 활동이나 배움도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겠다. 요즘은 인생 샷 찍는 각도가 있다고 하는데 난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찍는다.
유독 산책을 좋아한다 보다는 걷는 게 익숙하다. 웬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간다. 이때 나의 취미활동이 시작된다. 나는 찍는다. 전문 사진사도 아니고 좋은 핸드폰으로 찍는 것도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두 눈'으로 찍는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걷고 있는 길 위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말 그대로 '스캔'하 듯 이미지화되어서 기억시킨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조금 다르다면 오감을 다 이용해서 찍는다는 것이다.
사실 길 위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끼며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이 있다고 한다면, 현관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아파트의 풍경, 오늘의 지하철 냄새, 카페까지 걸어가는 길목, 건물들, 네온사인, 사람들 표정, 말투, 바람, 햇살, 공기의 흐름 등등 온몸으로 기억한다. 그래 온몸으로 기억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래서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놀라긴 한다. 살짝 찌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집중했을대 나오는 표정인데, 문제는 만나는 사람들이 가끔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은 아주 즐거운데 말이다. 아! 나의 찍기는 의도적이 아니다. 특히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시작되는 활동이다. 거기다 즐겁기까지 하다.
어떻게 보면 참! 어이가 없다. 하다 못해 흔한 음악 듣기, 운동, 책 읽기도 아니고 세상 관찰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선뜻 이야기 안 나온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할 수 있고 충분히 즐겁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혹여나 오해는 없으면 좋겠다. 몰래 훔쳐보는 관음증과 '본다'라는 맥락은 같을 수는 있어도 은밀히 보지는 않는다. 그냥 눈이 가는 데로 이미지 캡처 하 듯, 나의 온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 글에 끝자락에서 심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일상 취미를 말하자면 나는 '일상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