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늦은 토요일 오후
가끔씩 연락해 나의 안부를 고해성사하듯 자연스레 소식을 전해 받는 선생님이 계신다.
언제고 나의 전화를 항상 반갑게 맞이해 주는 그분께 그림책 한 권 선물을 한 적이 있다. 간단한 손글씨를 적어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 몇 개와 나름 깜짝 선물로 보낸 적이 있는데 며칠이 지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뜬금없이 말해준다.
선생님~ 손글씨 문구가 맘에 들어요~ 한번 글쓰기 해보시는 건 어떠셔요!
나에게 항상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그분의 인사치레 칭찬이지만 어린아이 마냥 기분이 설레고 좋았다. 너무 오랜만에 받는 칭찬이기도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권유에? 나름 진지한 생각을 살짝 했더랬다.
계절이 바뀌는 때를 미리 안다는 건 매우 신이 나는 일이다. 그 계절마다 특유의 분위기와 공기를 나는 보다 일찍 알아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느낀다는 것.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수많은 일 중에 하나이다. 물론 수많은 사람 중에 나만 알까!? 싶지만 샤워 후 마시는 맥주의 한 모금, 시끌벅적한 노포에서 쓰디쓴 소주 한잔, 마음을 줄듯 말 듯 밀당의 기술 마냥 나에게 강렬히 다가온다.
유독 바다 같은 가을 하늘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참.. 뭐라 표현이 어렵다. 나만 그럴까. 끝없는 심해처럼 어둠컴컴하지 않고 그렇다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뿐더러 그 청명한 색의 시원함과 따스함이 꼭 바람 타고 온 햇살 같다. 수줍은 아이의 맑은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가을 하늘과 닮아 있어, 마냥 그냥 기분 좋은 그런 하늘.
나는 그런 바다 같은 하늘이 좋다..
알고 있는가. 고기는 남이 구워 줘야 더 맛있고 이야기는 남이 해준 이야기가 더 맛깔난다. 고해성사 마냥 나의 이야기를 친절히 받아주는 선생님의 들어줌처럼, 글쓰기의 첫 시작은 우리의 이야기를 일기 삼아 가을 하늘에 천천히 채워나가고 싶다. 주제를 정해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무겁지만은 않은 누구보다 내가 읽기 편한 글을 쓰고 싶다. 그 또한 보는 사람들 마음에 가벼운 깃털처럼 내려앉길.. 이제 여러분들이 '들어줌의 선생님'이 되어 주길 바라면서... 늦은 오후 토요일 기지개를 켜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