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사귄 벗
어떤 시작이 좋을까?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수많은 주제 가운데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미쳐 안 해도 된다지만 주어진 일처럼 반강제의 모습으로 시작을 해야겠다. 어찌 알겠는가! 속 마음 어딘가에 관심 있어할지도.
나의 이야기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2학년, 나는 전학생이었다. 그에 맞게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새로 이사 간 맨션에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들 바쁘게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고 아주머니들은 벌써부터 수다스러웠다.
나와 같은 학년으로 누군가 전학을 온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지만, 알다시피 나는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던 터라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새 학기에 적응될 무렵 큰 교복에 교련시간을 연상시키는 듯한 짧은 머리에 한 전학생이 들어왔고 순간 나는 나와 같은 학년으로 전학 온 그 친구라고 당연히 확신했다. 누가 알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의 첫 만남은 조금은 독특하게 시작되었다.
나에게는 친구란 없다
혹 누군가 다시 물어볼까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에게 친구란 없다. 당장에 전화를 하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누군가는 이전 주소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 전라도 광주에는 28살 자전거 여행을 하며 처음 왔었다. 그 당시 친구는 지역대학을 다니며 맘에 드는 여자의 번호를 매일 갱신하고 있을 때였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학해 창업 동아리를 이끌며 자신의 야망을 표현해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보았다. 처음으로 밥을 얻어먹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거 고르라고…. 그 이후에도 나는 몇 번 더 광주를 방문했고 불안한 미래를 술과 긴 대화로 이어갔다.
삶의 중심이 자신이었던 친구와 지나치게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는 충분한 간극이 존재했고, 여느 누구처럼 연락이 뜸해지는 시기도 존재했다. 시간이 지나 친구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2016년 그의 제안과 설득으로 나는 광주에 내려왔다.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그 친구랑 헤어졌다.
나는 아직 광주에서 7년째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과는 달리 나의 마음도 편하고 더 이상의 두통도 사라졌다. 관계만큼 어렵고 새로운 모습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그 과정 속에 실망과 후회로 가득 차기도 하다. 물론 사랑과 회복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나의 시간은 지독히 외롭고 처절했으며, 몇 년 동안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동굴에서 살았다. 최근 tv에 최수홍 씨가 웃으며 방송을 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의 형은 구속되었다.
나는 유독 가을 하늘을 좋아한다. 새파란, 꼭 바다 같은 하늘을 보면 나에게도 왠지 가득할 것만 같은 희망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부분 상대의 잘못으로 생각했던 당시를 회상해보면 아직 마음 한편 불편함이 큰 건 사실이나, 나 또한 그들에게 있어 잘못한 부분이 상당했으리라 생각된다. 무지와 부정의 이기주의로 가득했던 예전 모습을 통해 또 한 번 부딪히고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부분이 많구나 느낀다.
관계는 필연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성장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