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빛과 실

한강의 신작에 대한 치기 어린 소감

by 동남아 사랑꾼

"빛과 실", 한강의 최신 수필집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휜" 등 그의 노벨 문학상 작품 포함 대표 장편소설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을 앞쪽에 배치했다. 그가 각 작품을 바라보는 생각을 담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그다음 이어지는 여러 편의 짤막한 시들, 별로 가슴에 와닿는 게 없고, 그냥 습작처럼 여겨진다. 그가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이기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시를 본업으로 쓴 시인들과 비교하면 부전공 시인이 쓴 습작 느낌이다.


출판사 상업 광고에 속아 한강 책을 사 오라던 마누라도 다 읽고 난 후 소감은, 특히 마지막 부분인 정원 읽고는 자기도 여주집 정원 관리 경험을 살리면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까지 오만기를 내보였다. 욕들어 먹을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의 평가다.


나 또한 요새 정원에 꽂혀 나무며 꽃들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한강의 정원일기가 시시했다. 어쩜 헤르만 헷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정도의 정원 이야기는 기대해서 그렇지 싶다.


다만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완독 했다고 자신에게 자랑질하려면, 또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와 같은 메타포와 어두운 역사의 진실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몇 시간 만에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밝은 색의 책을 원한다면 추천을 권한다. 그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렇게 부정적 관찰로 소감을 맺기에 뭐해서, 또한 그럴 의도는 전혀없는데도 불구하고 감히 노벨상 받은 대작가를 폄하하는 소리로 들릴까봐 가슴에 와닿는 구절을 찾아보면, 출판사의 광고용 멘토로 책 뒤표지에 써 놓은 내용이다.


그가 어렸을 때 쓴 글 중 일부다. 그때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싹이 있었던 거다. 이 문장을 보면.


"사랑이란 어디에 있을까?


팔떡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라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은 희극과 비극의 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