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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5. 2024

오늘 : 낚시꾼 나명호

2024. 3. 5.

1.

어제 1시 배로 어쿠스틱 듀오 헬로유기농의 헬로 나명호 형이 다시 가파도로 왔다. 가파도로 놀러 온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재방문한 것이다. 목적은 낚시! 낚싯대만 들고 가파도로 입도하였다. 물론 오기 전에 홍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마지막 배로 배송하고 온 것이다. 나를 보자마자 짐을 매표소에 부리더니  선착장 방파제로 낚싯대를 들고 가버린다.

근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마지막 배가 떠났는데도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매표소를 정리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걸었더니, 시간이 흐르는 지를 몰랐는지 그제서야 정리하고 매표소로 오겠다고 한다. 늦게 도착한 형과 함께 웨건 카트에 배달한 식료품과 짐들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비는 촐촐 오는데 형은 낚시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 듯했다.

방파제에서 잡은 물고기 두 마리. 모두 고양이 밥으로 던져줬다.

집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잡은 물고기 두 마리는 고양이 밥으로 던져주고, 삼겹살과 소주,  맥주를 들고 일찌 언니네 집으로 향한다. 고기를 편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최고의 장소가 일찌 언니집이다. (매번 손님이 올 때마다 싫어하는 기색도 없이 반갑게 환대하시는 일찌 언니 최고!)


2.

밭에서 따온 쌈 거리에, 새로 담근 파김치, 배추김치, 무김치, 쌈장을 미리 차려놓고 일찌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를 굽고 술 한 잔 하니 준비해 간 재료가 다 떨어졌다. 일찌 언니는 냉장고문을 열어 두툼한 삼겹살을 꺼낸다. 고기를 다 먹고, 구운 김치에 밥을 잔뜩 넣어 볶아서 먹으니 제주도말로 "배가 까질 것 같다."

배 터지게 먹고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데, 김치며 오징어며 생맥주 캔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아이고, 오마니 감사합니다." 마치 친정에 들러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가는 풍경이다.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사드려야겠다.^^) 집으로 돌아와 명호형에게 안방을 내어주고, 나는 컴퓨터방에 자리를 잡는다. 내일 종일 낚시를 해야 하는데, 풍랑주의보가 떨어져 바다 사정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3.

아침에 일어나 김치찌개를 끓여 형과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나는 매표소로 향한다. (풍랑주의보로 결항이지만 집필 작업하기에 한적해서 출근한 것이다.) 형은 낚시꾼들의 포인터를 찾아 낚시를 한창 할 것이다. 점심때쯤 매표소로 온다고 해서 마트에서 컵라면 두 개를 사둔다. 결항일은 가게가 다 쉬니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워도 될 듯하다. 점심 식사 이전에 원고를 하나 쓰니, 형을 매표소로 들어온다. 낚싯대가 바람에 부러졌다고 한다. 고기 좀 잡았냐고 물어보니, 손바닥만 한 고기를 여섯 마리나 잡았단다. (역시 프로 낚시꾼이었군.)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운 뒤, 매표소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가서 새로운 낚싯대를 가져와 다시 낚시를 하겠단다. 날씨가 안 좋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도 낚시를 하는 형의 마음에 동화될 수는 없지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는 것과 비교해 보니 짐작은 간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 때 가장 행복하다.


4.

풍랑주의보로 날씨는 거세지만, 형은 바람 부는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고, 나는 조용한 매표소에서 글을 쓴다. 이렇듯 오늘 하루 보람차게 보내고 나면 저녁에 먹는 술이 달 것이다. (제발 회를 뜰만한 물고기가 잡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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