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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24. 2024

책 : 한 걸음 뒤의 세상

2024. 5. 24.

인구 감소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는 ‘집중’ 혹은 ‘분산’ 두 가지밖에 없다. 나라 안에 인구 과밀 지역과 과소 지역을 만들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조금씩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아가거나 둘 중 하나이다. 현실적으로는 그 중간 어디쯤 정착한다 해도 원리적으로는 두 가지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어느 방식이 적절한지 국민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지 논의도 없이 이미 수도권 자원 집중이 진행되고 있다.  (35쪽)


일본 국력이 쇠퇴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있습니다. 미봉책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죠. 앞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변수가 아니라 디폴트 값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똑같은 일이 많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납니다. 2027년에는 중국 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500만 명씩 줄어드는 속도로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듭니다. 일본에 비할 속도와 규모가 아니죠. 현재 중국의 중위 연령은 37.4세로 미국과 같지만, 2040년이 되면 현재 일본 수준인 48세까지 올라갑니다. 한국도 2019년 5,165만 명을 찍은 후 감소 국면으로 돌입했습니다. 2065년에는 고령화비율도 46%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OECD 가맹국 중에서 최고령국가가 됩니다. 이처럼 세계 어디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최고령 국가 단계에 진입할 것입니다. (11쪽)


지도층으로 불리는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사고와 행동 패턴으로 미뤄보면 자원 배분은 신자유주의적 선택과 집중이 더욱 철저하게 실현되어 ‘강자가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약자는 버린다’는 결과에 이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 말고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짜낼 정도의 윤리성을 일본 지도층이 갖고 있다고 기대하지 않습니다.(9쪽) 




지난 5년 동안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모범이 될 만큼 그 위기를 넘어섰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인류의 위기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출산저하, 청년실업, 급속한 고령화, 지방 공동화, 생태위기와 원전에 대한 불감증, 불균등한 지역발전, 양극화 등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를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 게다가 현 정권의 무능력을 더하면 앞날이 어둡다 못해 깜깜하다. 이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진단과 대안마련과 실행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마찬가지. 이에 우치다 타츠루(이번 책은 다쓰루가 아니라 타츠루로 음역했다.)는 '후퇴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일본 각계각층의 쟁쟁한 필자들의 의견을 물어 앤솔로지와 같은 책자를 제작한다. 그것이 바로 한 걸음 뒤의 세상 ; '후퇴'에서 찾는 생존법이라는 책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미 일본의 국력은 쇠퇴하고 보유한 국민자원도 감소하고 있으니 그에 맞는 처방책을 찾아 현실에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이에 응한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서가 나온 사람이 많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을 쓴 세계적 석학 사이토 고헤이, 영속패전론사쿠라 진다등을 쓴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 《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를 쓴 와타나베 부부,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로 유명한 히라카와 가쓰미도 필자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산골마을로 이주해 인문학 도서관을 운영하는 아오키 신페이,  뉴욕에서 활동하다 코로나19로 일본에 발이 묶인 후 아예 작은 해안 마을로 이주한 소다 가츠히로 다큐멘터리 감독,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의 보컬리스트 고토 마사후미, 극작가, 생명과학자, 의료경제학자, 역학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그래서 각자는 자신의 스타일로 후퇴에 대해 사유하고 글을 썼다.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은 책의 성격이 각자의 의견을 각자의 처지에 맞게,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몇 글은 보기가 민망했다. 모든 글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저자들의 독특한 글쓰기를 읽는 것도 재미나지만, 나는 우치다 타츠루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으므로 우치다의 글을 유심히 읽었다. 우치다는 현대 일본의 최고 위기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에 대한 정치권이나 정책자들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권의 무능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추어진 플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마치 자본주의 초창기에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농노들을 땅에서 몰아내어 도시로 가게 만들어 풍부한 노동력을 확보했듯이, 고의로 감소되는 인구를 도시로 몰아넣는 제2의 인클로저(울타리 치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집중'과 '분산' 중에서 집중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 문제는 그렇게 지역이 공동화되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완충지대가 사라져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도시생활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돌아갈 곳을 잃게 된다는 것. 그로 인해 비참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

자국(일본)의 미래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지성인들이 일본에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일본 못지않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지성인들은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까? 우치다처럼 적나라하게 한국의 위기를 그리고 비판할 수 있는 지성인이 얼마쯤 남아있을까? 매우 궁금해졌다.


<추신>


이미 우치타 타츠루는 로컬로 턴에서 성장 패러다임의 종말을 이야기하면서 탈성장과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으로  로컬리즘을 이야기한 바 있다. (혹시 로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라. 필독서다.) 지금 소개하는 책이 연속 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후퇴학'의 핵심이 순환패러다임으로 전환이며 그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로컬과 커먼즈(공동체) 임을 이야기한다. 나는 가파도로 내려와 이 로컬에서 어떻게 커먼즈를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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