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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Jul 08. 2024

오늘 : 먹는 일

2024. 7. 8.

1.

연일 폭염 특보에 강품 특보가 발효 중이다. 7월 들어 정상적으로 근무한 날은 단 하루뿐이다. 어제도 오전만 배가 뜨고 오후부터 배가 뜨지 않았다. 해무가 끼어 근무를 못하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 근무를 못하는 날이 많으니 은근 짜증이 난다. 게다가 날씨가 습도가 높으니 온통 축축하게 지내고 있다.

이런 때에 좁은 집에 가서 불을 때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먹는 것이 곤욕이다.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는데, 다행히 밥을 사 먹거나 저녁에 술과 안주를 먹으면 밥을 추가할 수 있어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간단히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한다.

2.

6일 금요일에는 첫 근무와 오전 수업을 마치니 마지막 배가 뜬단다. 잽싸게 배를 잡아 타고 운진항으로 나갔다. 블루오션 봉윤이형이 폐차를 시키는 것을 도와주고 점심으로 짬뽕과 탕수육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요리가 좋아 소주를 곁들였다.

저녁에는 가람이 시원이 엄마 아빠를 만나 술 한 잔 하는 것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안주 하나만 시키면 반찬이 안주보다 더 잘 나와 여럿이 저렴하게 먹기에는 딱인 곳이 모슬포에는 있다. 저녁을 먹고 모슬포 호텔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뽀송뽀송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3.

7일 토요일에는 멀리 서울에서 김주영형이 가파도로 들어오는 날이다. 동네 밴드분들과 제주도로 놀러 왔다가 특별히 가파도에 있는 나를 방문하러 제주 남원에서 택시를 타고 2시에 가파도로 들어왔다. 그것도 돼지고기, 소주, 맥주를 잔뜩 사들고.^^ 웬만하면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면 되지만 날씨도 습하고 더워 블루오션에 방을 잡았다.

형과 영진이네에 들러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 저녁을 해결하고, 밤에는 블루오션 사장님이 마련한 긴꼬리뱅에돔 회와 무늬오징어 회, 벤자리 조림을 안주로 푸짐하게 야식(?) 술자리를 가졌다. 전날에도 술을 마셔 이날은 별로 술도 먹지 못하고 집에 와서 뻗었다.

4.

8일 일요일에는 첫배로 주영이 형을 보냈다. 주영이 형은 오후와 저녁, 아침에 모두 산책을 열심히 해서 하루에 3만 보 이상을 채우는 기록을 세웠다. 걷는 것은 한 살 때부터 해온 것이라 자신이 프로라는 주영형 말에 깔깔 웃었다. 자동차 문명은 인간에게 걷기를 뺐어갔다. 이제야 우리는 걷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근무를 본격적으로 하는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상악화로 오전만 근무하고 배가 끊겼다. 갑자기 일이 멈춰지자 멍해졌다. 점심은 먹어야겠는데 뭘 먹을까? 영진이 엄마가 비빔국수는 어떠냐고 말한다. 뭔들. 오후 일도 없으니 비빔국수를 먹고 소주 한 잔 마시고, 찐만두 쪄 먹고 소주 두 잔 마시고 집으로 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달팽이집에서 땀에 젖어 잠에 들었다가 오밤중에 깨어난다. 배는 왜 고픈 거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잠 올 때까지 책을 읽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그대로 아침을 맞는다. 아침식사는 뭘로 먹나?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계란 세 알을 삶아 도시락으로 싼다.

5.

아 먹는 일에 반복됨이여, 음식 마련함에 지겨움이여, 그럼에도 그를 계속 준비하는 노동의 위대함이여. 모든 음식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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