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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Oct 05. 2024

오늘 : 가을이 왔다

2024. 10. 5.

1.

가을이 왔다. 어제는 축제 때만큼 관광객들이 가파도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8시간 풀로 근무를 했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참치김치찌개를 끓어 밥을 든든히 먹었다. 한가한 저녁이다. 책을 읽다가 살짝 졸려 방에 들어가 누웠다. 여름 내내 한증막 같던 방이 제법 선선하다. 스르르 잠에 들었다. 깜박 잠이 든 줄 알았는데 눈을 뜨니 밤 11시다. 아예 잠을 잔 것이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마당으로 나가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 고양이들이 밥을 주는 줄 알고 몰려들었다. 나는 애써 모른 척하고 마당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밤하늘이 맑다. 별들이 유난히 크게 반짝이고 있었다. 마당에 앉아서 별들을 본 지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당에 있자, 감자와 카레가 내 주변을 서성이며, 배를 깔고 누웠다고 식빵 자세로 앉아 있다가 모로 누워 기지개를 껴다가 난리다. 이 정도 쇼를 보여주면 뭐라도 먹을 것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얘들의 재롱이 귀여워 한창을 보다가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고양이들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2.

컴퓨터를 켜놓고 그냥 멍청하게 있다가 한글 프로그램을 열어 이것저것 끄적여 본다. 이번 달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예열이 덜 된 것일까?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는다. 박정제가 쓴 <한국인의 기원>이라는 두터운 책이다. 흥미진진하지만 진도가 느리다. 새로운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정보량이 너무 많다 보니 이내 머리가 피곤해진다. 책을 덮는다. 나이가 드니 책을 읽는 것도 힘이 든다.

다시 졸음이 쏟아져서 자리에 누웠다. 이내 잠이 든다. 새벽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깬다. 창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찬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나 보다. 밖으로 나가 세수를 하고, 고양이 밥을 챙겨준다. 은근히 참치캔을 바라던 고양이들이 건식사료만 주는 나를 보더니 망설이다가 건식사료에 주둥이를 박는다. 감자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꾸벅꾸벅 잠에 든다. 나는 어제 먹다 남은 참치김치찌개에 어묵을 썰어놓고 재탕을 해서 아침밥을 일찍 먹었다.

3.

새벽 6시 반쯤 출근을 한다. 보통은 8시에 출근을 하는데 한 시간 반이나 일찍 출근길에 나선 셈이다. 가면서 가을 풍광을 사진에 담는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따뜻한 커피를 만들어 터미널 바깥 장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본다. 한가하구나. 곧 관광객들이 몰려오겠지만 나는 이 한가함을 만끽하고 싶다. 오늘은 주말이니 쉬는 마음으로 근무를 해야겠다. 마음만이라도 한가하게! 오랜만에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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