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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Nov 30. 2024

오늘 : 드디어 1년

2024. 11. 30.

1.

오늘이 가파도로 내려와 매표소 직원이 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일요일 풍랑주의보를 피해 모슬포로 나갔다가 오늘에서야 해제되어 가파도로 돌아왔다. 5일간의 풍랑주의보.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쉰 기간이다. 그나마 오늘 오전에 가파도로 들어올 수 있게 되어 한 해를 가파도에서 정리하게 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선사하고 다시 재계약을 했고, 다시 1년을 가파도에서 지내게 되었다. 내년도에는 가파도 고양이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4월에는 청보리 축제, 9월에는 고양이 축제를 열면 봄가을로 축제가 생기는 것이다. 가파도야말로 고양이들의 섬이니, 고양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파도를 잘 보살펴야겠다. (가칭) 고고 고양이 축제(Go Go Cat Festival)이라고 정해놨다.

2.

모슬포에서는 가장 큰 행사인 방어축제가 시작되었다. 풍랑주의보, 강풍경보, 심지어 제주도 한라산에는 눈까지 내려는 악천후라 개최일에는 정말 우박을 맞아가며 행사가 시작되었다. 다음날도 날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대로라면 방어축제가 방어재난이 될 정도다. 하지만 오늘 날씨가 급변하여 드디어 축제 다운 축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근무를 하러 가파도로 돌아왔지만, 모슬포에서는 성대한 방어축제가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제주도 어민들의 가장 큰 행사가 내일까지 진행된다. 관심이 있으시면 꼭 구경 왔으면 좋겠다. 방어뿐 아니라 해산물을 시식할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배송가능)

3.

모슬포로 나가서 회사와 재계약한 월요일(25일)에는 세계어촌대회(ICFC)가 중산에 있는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가파도 이장님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는데, 전 세계 어촌인이 모여, 어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사뭇 궁금하다. 어촌의 고질적인 문제라면, 고령화, 젊은이들의 유출, 수산물 고갈, 저개발, 기후 위기 등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노력은 지극히 부족한 상태다. 국가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어촌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인구소멸에 따른 지역소멸은 불 보듯 뻔하다. 가파도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는, 서귀포는, 대정읍은, 가파도는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대회였다.

4.

나는 제주도(가파도)로 내려와 1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곰곰 생각에 잠기는 하루다. 매일 성실하게 매표원으로 근무한 것, 다행히 건강하게 가파도에 정착한 것, 거의 매일 브런치에 일기를 올려 한 달에 한 권 정도 브런치북을 발간한 것, 그리고 <장자를 거닐다>라는 종이책 한 권을 발간한 것,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작은 책방을 순례한 것, 그리고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함께 지냈던 것들이 떠오른다.

새로운 1년을 뭘 할 것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와서 10개의 벼루에 구멍을 내고, 1000개의 붓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글을 써 추사체를 완성했던 것처럼, 나도 제주도(가파도)에서 10권의 책을 내고 1000개의 글을 쓰면 나의 세계가 완성될까?" 오늘 드디어 1년을 마감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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