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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 삼달다방

이상엽 엮음 (minimum, 2023)

by 김경윤

인생 후반기, 나는 가치 있게 살고 싶었다. 이 땅에서 사람과 함께 공동체가 아름다워지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행복해하며 했던 일들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하고 싶었다. 건강한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또 장애인,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꿈을 실현할 터전을 만나 내 생각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삼달다방 터에 분홍집(대인대학교 청년들과 적정기술 집짓기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함께 세운 3평짜리 타이니 하우스 공간)을 만들어놓고, 해는 어떻게 뜨고 지는지, 비는 내려 어디로 흐르는지, 제주도의 바람은 어떻게 부는지 지켜보았다.

(...)
나는 삼달다방이 사람이 있는 공간이자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건강한 우리 사회 공동체를 생각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활동을 연대하며 선한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징검다리처럼 건강한 사람으로 이어지는 열린 공동체이자 열린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돕는 사람들이 지치기 전에 충전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그 옆자리에 있고 싶다 (9,11쪽)
- <프롤로그> 중에서



송악도서관에서 빌린 <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 삼달다방>을 다 읽었다. 삼달다방 주인장인 무심 이상엽이 삼달다방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삼달다방을 거쳐갔던 15명의 활동가(작가)들의 기록을 엮었다. 책을 읽으며 가파도에 처음 내려와 도서관을 꿈꾸던 내가 생각나 부끄럼이 앞을 가렸다. 몸뚱아리만 가지고 가파도로 내려온 사람과 반평생을 벌어온 자금(?)으로 땅을 사서 꿈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사람의 삶은 애당초 비교불가였다.

가파도에 찾아온 지인이 묶었다는 삼달다방(이름은 다방이지만 게스트하우스)은 '돕는 사람들을 돕는 공간'을 꿈꾸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공간이다.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같은 제목의 책을 빌려 배경지식을 얻은 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니, 책 한 권 분량의 배경지식만큼 찾아가면 보이려나? 이 책은 삼달다방과 이어진 다양한 필자들의 글들로 엮어 있다. 글의 분량도 색깔도 제각각이다. 만화경 속의 반짝이 조각들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모든 글들의 공통적인 정서는 '삼달다방은 위로와 새 힘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주인장 부부 무심과 오케이의 덕력이 만들어낸 힘일까?

책을 권유하기보다는 직접 한 번 찾아가 느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모슬포에서 삼달리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이 살짝 넘는 거리지만, 이번 설 연휴에 한 번 들러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가기 전에 전화를 해야겠지? 주소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신풍로 95-24 삼달다방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무심(이상엽)과 오케이(박옥순)에 대한 소개글을 여기 옮긴다.

"무심은 학창시절부터 ‘늘사랑’이라는 나눔 동아리를 만들고 그곳에서 활동했고 우림건설에 입사하여 20년 동안 근무하며 책 나눔 프로젝트, 200회가 넘는 명사 초청 강연, 시와 음악이 흐르는 콘서트 등을 기획, 진행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살이를 꿈꾸는 공공문화 기획자다.
오케이는 30년이 넘도록 장애인 운동 현장을 지키면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노동권을 확충하고 일상의 다양한 부분에서 장애인이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권리를 보장받도록 수많은 의제를 한국 사회에 제기했다. 2020년 12월에는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 상을 받았다.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이었으며, 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대표이다.
부부의 이력만으로 공간의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텐데, 이 공간의 기획자 무심은 이렇게 말한다. “공익적 삶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번 아웃 전에 충전하고 적정한 쉼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제주도에 오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러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영혼을 쉬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공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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