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4.
1.
대선이 끝났습니다. 역대 최고의 득표수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축하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보수와 중도와 진보가 총결집하여 자신의 표를 행사했습니다. 이번의 득표수가 현재 민심의 객관적 지형입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2.
공포와 불안의 일상이 가라앉고 평온과 노력의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치권은 정치를 새롭게 잘 출발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같은 시민들은 흐트러진 삶을 잘 정리하고 새롭게 주어진 일상을 잘 살아가면 됩니다.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잘 꾸려갑시다.
3.
이번 내란과 대선을 겪으면서 내 생각이 변했음을 감지합니다. 적과 아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유가 적/아가 동일한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그래서 미워함이 아니라 애틋함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더 큰 나임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매번 죽음을 이겨냈던 성숙한 이재명에게 배운 것임을 고백합니다.
4.
내 속에 있었던 내가 싫어했던, 부인하고 싶었던,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들조차 결국 나의 한 구성 부분이며, 그것들조차 바로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역사였음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어두움을 지우고 밝음만을 드러내고 싶었던 나에서 어두움을 받아들이는 입체적 존재로 변해 갑니다. 완전한 존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존재로 하루하루 살아가야겠습니다.
5.
환한 대낮 뜨거운 태양 아래 투명하게 서는 것이 아니라, 나무 그늘 시원한 음지에 앉아 반투명하게 쉬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힙니다. 서늘한 그림자가 참 편합니다. 여기도 볕이 들어 사물들이 또렷이 보입니다. 축복입니다. 참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