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일기 28 : 가파도 육지 여행

2023. 7. 28.

by 김경윤

<가파도 일기 25>에서 해안선을 따라 여행을 했다면, 이번에는 해안 말고 육지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도시적 감각으로 빠르게 스킵하는 것이 아니라 섬적 감각으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는 것이다. 우선은 북에서 남으로. 가파도의 지명을 따르면 상동에서 하동으로, 섬을 가로질러 가보는 거다.

그곳에는 가파도의 정보가 재미있게 담긴 벽화가 있고, 아기자기한 커피숖과 음식점이 있고,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던 우물터가 있고, 학교가 있고, 보건진료소가 있고, 발전소가 있고, 노인정이 있고, 교회가 있고, 마을회관이 있다. (예전에는 절도 있었는데 주지스님이 노쇠해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팔아 버렸다는 얘기를 마라도 기원정사 스님에게 들었다.) 옛집터에 남아 있는 예쁜 돌담길이 있고, 가로수길이 있고, 벽화길이 있다.(벽화길에는 음식점이 몰려있다.) 한마디로 가파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마을길이다.

여행객들은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주민들은 주로 이 길로 이동하며 생활한다. 직선으로 갈 것을 에둘러 돌아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여행객이라 아마도 가파도에 들어오기 전에 매표소에서 가파도와 마라도의 지도가 담긴 홍보물을 하나씩 가졌을 것이다. 그 지도를 참고하면 방향을 잃지 않는다. 아래 지도를 보면 배가 내린 쪽이 위쪽이다. 그쪽을 등에 지고 지도를 보아야한다. (다시 말해 지도를 거꾸로 뒤집어야 섬의 방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출발점은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지나, 올레길 식당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해안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내륙을 관통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이 길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길 추천한다. 예쁜 곳이 많아 발길을 자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들어왔다면 천천히 걷자. 들어오는 길에 마을 할머니들이 평상에 앉아 말씀을 나누기도 하니, 공손히 인사하고. 그러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사진을 주로 보여주고, 설명은 캡션에다 하겠다. 같은 곳이라면 합쳐서 올린다.)

벽화가 있는 가파도 마을길
고양이 그림이 잔뜩 그려있는 가게
내가 보기에는 가파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을 가지고 있는 집. 모든 벽을 소라와 조개껍질로 장식했다.
부표를 활용하여 식물을 심은 예쁜 벽의 음식점. 누드김밥을 추천한다.

위의 가게를 지나면 툭 터진 전망의 청보리밭길이 나온다. 5월이면 누렇게 익은 청보리를 지천에서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버들가지와 분꽃과 노랑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아, 붉고 곧게 뻗은 칸나도 많다. 초입에 상동우물터가 있다. 제주도의 5개 섬 중에서 유일하게 우물이 있는 곳이 가파도다.

상동우물터에는 아직도 물이 고여있다. 지금은 담수화 사업을 거쳐 집집마다 수도가 있지만. 예전에는 다 여기서 길어 먹었다.
주황색은 코스모스인데, 핑크색은 무슨 꽃이지?

꽃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오면 오른쪽으로 전망대(해발 높이 24미터)가 보이고, 조금만 더 가면 왼쪽으로 발전소 가는 길이 보인다. (가파도는 섬 자체 발전을 한다.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겠지만. 그 때문에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겨 잠깐씩 정전이 되기도 한다.) 발전소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은 없을 터이니 오른쪽 전망대를 살짝 들러보자.

입구의 표지판은 꽃들에 살짝 가려져 있지만 찾기 어렵지는 않다. 도착하면 쉼터가 있고, 재밌게 생긴 돌하르방들이 있어, 여기서 온갖 포즈로 기념사진을 많이 찍는다. 전망대라고 해봐야 2.5미터 높이지만 올라가면 사방으로 바다를 볼 수 있다. 가까이에 풍차도 보인다.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와 걸어가자. 가로수길과 벽화길이 남아 있으니까. 가파도의 가로수길을 보면 비웃을 지 모른다. 기껏해야 5미터 남짓한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서. 하지만 가파도의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고 짠 소금기를 견딜 수 있는 나무들이 많지 않다.(해안가를 가보면 나무들이 대부분 크게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대신 가로수 밑에 뜨문뜨문 자라는 문주란 꽃을 볼 수 있다.

가로수길을 통과하면 가파초등학교 설립자인 해을 김성숙 선생의 동상과 작은 공원을 볼 수 있다. (가파도 주민은 이 설립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가파도 출신으로 삼일운동, 문맹퇴치운동, 협동조합운동, 반일저항운동에 앞장섰으니 자랑할 만하다.) 가파도에 다니는 초등학생은 10명 남짓이지만 학교도 깨끗하고, 잔디운동장은 정말 일품이다.

그런데 왜 독서는 소녀만 하는 것일까? 현재 가파초는 여학생이 하나도 없다.

학교를 지나면 내가 한 번 발가락 치료를 받았던 보건의료소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벽화길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자주 머무는 곳이자, 시장기를 달랠 수 있는 곳이다.

자, 본격적으로 벽화를 감상하자.

벽화들 사이사이에 가게들도 있고, 소방서도 있고, 마을회관도 있다. 나는 현재 이 골목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중이다.

요 하얀 바탕에 빨간 포인트를 한 가게 골목 끝에서 내가 지낸다. 맞은 편 검은색 가게의 핫도그는 일품이다. 마을회관에는 탁구대도 있다.
가파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여 고객들이 많은 용궁식당. 민박도 겸한다.

저 자줏빛 낡은 건물이 보인다면 마을길에 끝이다. 하동 선착장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가야 할 최종 목적지는 그 반대편 상동선착장이다. 가는 길은 세 가지. 오른쪽으로 해지는 서쪽으로 갈 것이냐, 왼쪽으로 해 뜨는 동쪽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돌아가다가 가로수길을 지나 보리밭이 이쁘다는, 지금은 노란 코스모스가 이쁜 10-1 올레코스로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0-1 올레코스로 간다면 지금 꽃들이 한창이니 연인들에게는 좋겠다. 돌아가다 오른쪽 올레길을 걷는다면 상동 선착장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곳으로 가자.

다른 올레길은 소망전망대를 거쳐 내려가는 길이 있으나 그리로 가면 상동선착장에서 제법 먼 바닷가에 도착한다. 이렇게 말이다.

어쨌든, 가파도 육지는 대충 다 둘러본 것 같다. 가파도에 한 달 정도 살다 보니 나야 동네길 같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길이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으로 가파도 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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