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온 냉이와 쑥
봄은 봄이었으나, 언제 하얀 목련이 봉오리를 튀었는지....
한동안 어딘가에 영혼을 떨구고 산 듯하다.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태어났으니 돌아가는 시간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괜찮다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하며 먹고 마시며 또 일상을 이어간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중생들의 삶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지나간 봄이 아쉬웠는지 외출했던 남편이 냉이와 쑥을 사 왔다.
우왓, 냉이는 시금치만큼이나 무섭게 자라 있어 냉이 맞아? 할 정도의 크기고 쑥은 캔 것이 아니라 쓱쓱 베어 오듯 한... 그냥 웃지요.
늘 그렇듯 길모퉁이에 앉아계신 할머니표 나물들이란다... 잘했어요.
냉이 무침 - 푹 데치고 잘라서 (시금치만큼 길다)
초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침.
쑥 국 - 된장 엷게 풀어 끓이다가 씻어놓은 쑥에 생 콩가루를 묻혀서 넣는다.
천일염으로 나머지 간을 더하면 콩가루가 몽글몽글 떠오른다.
철 지난봄 맛이지만
역시 냉이는 냉이고 쑥은 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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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날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마음의 평화를 얻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