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의미

by 밀크씨슬

소녀는 감자를 주우러 밭에 나왔다.
다행히 오늘은 실한 감자가 여럿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감자를 줍고 있는데, 농장 주인의 딸을 만났다.
그 아이는 예쁜 머리모양에 고운 옷을 입고,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같이 놀래?” 그 아이가 물었다.

“아니, 난 감자를 마저 주워야 해. 오늘은 좋은 감자가 많거든.”

아이는 다시 놀러 가고, 소녀는 감자를 줍던 자리에 조용히 쪼그려 앉았다.

‘쟤는 정말 좋겠다. 감자를 주우러 다니지 않아도 되잖아.’
그 생각이 들자 괜히 마음이 서글퍼졌다.

그 이야기를 야옹에게 털어놓자, 야옹이 물었다.

“그 아이가 부러워?”

“응, 부러워. 감자를 안 주워도 되고, 가만히 있어도 감자밭의 주인이 될 테니까.”

야옹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감자밭의 주인은, 밭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감자를 줍는 사람이야.”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야옹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놀기만 하는 아이는 감자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몰라.
언제 캐야 맛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감자가 좋은 감자인지도 모르지.”

소녀는 손에 쥔 감자를 내려다보았다.
흙투성이지만 단단하고 반듯했다.
참 예쁜 감자였다.

“근데 난 아직 주인도 아니고, 그냥 매일 줍기만 하는걸.”

야옹은 꼬리를 살랑이며 웃었다.

“그래서 더 잘 알게 되는 거야.
감자밭이 어떤 곳인지, 감자가 어떻게 자라는지.
네가 진짜 주인이 되면, 누구보다 좋은 밭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잠시 조용하던 야옹이 말을 이었다.

“꼭 밭이 생기지 않더라도, 지금 감자를 줍는 일은 소중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낸 네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아.
미래의 너는 분명 지금의 너에게 고마워할 거야.”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어쩌면 넌 감자밭의 주인보다도 더 멋진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오늘도 잘하고 있는 거구나.”

“그럼. 누구보다 잘하고 있지.”

소녀는 감자를 조심스레 바구니에 담았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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