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

다음생의 나에게

by 밀크씨슬

곳간지기 토미는 두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동료중 거짓으로 음식을 더 가져가는 자가 있다는걸 알았을 때이고, 두번째는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을 때였습니다. 거짓으로 음식을 더 가져가는자가 있음을 발견했을때, 마을의 곳간지기였던 토미는 그간 재고가 맞지 않아 때때로 자기 몫으로, 그조차 여의치 않을때는 마을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량배급을 줄여가며 일하곤 했던 과거가 떠올라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촌장님께 달려가 이실직고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토미의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먼저 고하자, 할아버지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신 후 그냥 넘어가는게 좋겠다 하셨습니다. 토미는 너무 당황스러워 이유를 물었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료가 했던 거짓은 가족 수를 속인 것이었는데, 사실 그런 거짓말은 예전 할아버지가 곳간지기를 하던 시절부터 있던 것이라 했습니다.

할아버지도 그렇게 잡아낸적이 있고 마을에서 추방까지 시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겨났고, 그중엔 능력이 좋은사람들도 있어 계속 추방시키다가는 마을이 위태로워 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촌장은 어쩔수 없이 할아버지를 곳간지기가 아닌 다른 보직에 배치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화를 들은 토미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거짓말쟁이를 찾아가 내가 부정행위를 알아냈음을 말해주고, 따끔한 당부의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쟁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였지만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거짓말쟁이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였고, 앞으로 정직한 배급만을 받아갔습니다. 곳간은 여전히 가끔 부족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졌고, 토미는 언제든 뒤를 맡길수 있는 동료를 얻었습니다.



샤오펑이 말했다. "위의 이야기는 제 어렸을 적 이야기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대의를 위해 필요악과 공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샤오펑 앞에는 이미 세계 최고 부호가 되어있는 사토시가 있었다. 그는 드래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샤오펑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만드려는 발명품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 발명품은 '자의식을 가진 무기' 즉 인공지능이다. 만일 인간이 그 통제권을 잃게 된다면 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발명품을 만드는 데에는 사토시의 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샤오펑은 끈질기게 설득하였다. "제가 만들지 않아도 다른 엔지니어가 언젠가는 만들어낼 기술입니다. 그럴 바에야 우리가 만들고 직접 강력한 보안을 적용하여 오남용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 기술이 완성만 되면 사토시 선생님의 사업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실 겁니다!" 사토시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분명히 대화로 해결이 가능했던 시간도 존재했다. 그 사건은 완전히 계획된 범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몇몇 현자들이 양측의 교섭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 사건 직후 용들은 인접한 모든 인간들의 도시를 불태워 버렸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 사실을 알고 미리 대피했기에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인간은 혐의를 부인하며 도시를 불태운 드래곤을 향한 피의 복수를 외쳤다.


드래곤은 인간들의 복수의 말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으나, 이전부터 인간들의 공장에서 내뿜는 불의 연기가 태양을 가리는 것이 거슬렸다. 그리고 그 연기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었다. 태양으로부터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를 얻는 용들로서는 가만히 둘 수는 없는 일이었고 마침 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만일 인간이 반격이라도 하면 그걸 빌미삼아 침공하여 인간의 문명을 수천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인류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이 종족은 이 세계의 진정한 지배자로 거듭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힘으로도 자신이 있었다. 드래곤의 영토인 '피안'을 점령하고 추출기를 설치할 수만 있다면 그곳의 무한한 자원을 활용하여 모든 이가 전생에 꿈꾸었던 삶을 현생에서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 그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다.


전 대륙에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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