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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Nov 03. 2021

100일간의 소(?)장정을 마치다.

글쓰기 모임 번개를 했습니다.

  100일 글쓰기라는 걸 했다. 완전히, 완벽한 그런 100일은 아니고, 100일 동안 일주일에 글을 한 편씩 쓰는 거다. 그 시작은 5월 나룰 도서관 ‘나를 위한 글쓰기’ 수업이었다. 휴직 기간 동안 뭘 해야 하나 기웃거리다 발견한 운명 같은 글쓰기 수업이다. 신청 버튼을 클릭하고 바로 후회했다.


  대학원 논문을 쓰며 교수님께 당했던 면박, 창피, 무안 3 세트가 떠올.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완전 모지리 상모지리가 대학원은 어떻게 졸업했었지? 다시 열어볼  없는 쓰레기 같은 논문을 끝으로 글쓰기는  일이 아니라며 살아왔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이를 낳고 30이 넘어 뒤늦게 책이란 걸 읽기 시작했다. 책이 문제였다. 책은 읽고 있으면 ‘나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5월 나룰 도서관 글쓰기 수업 첫날 자기소개 시간에 글쓰기는 처음이고, 한 발도 아니고 딱 한 발가락만 내디뎌볼 작정이라고 말했었다.


  10회 수업이 끝나고 글은 더 쓸 생각이 없었지만, 수업을 함께 들었던 사람들과는 헤어지기 싫었다. 정지선 강사님께서 아쉬워하는 수강생을 모아 밴드를 하나 만들어주셨다. ‘100일 글쓰기’ 밴드다. 일주일에 1편씩 인증 글을 쓰고 100일 후에 미션이 완료되는 밴드다.


  마지막까지 글을 썼던 수강생 4명 중에 내가 있었다. 사람이 좋아 시작했는데 내가 그 안에서 글이란 걸 꾸준히(사실 일주일에 한 번) 쓰고 있었다. 오늘 수강생 4명과 강사님이 모였다. 난 어제 미용실에 가서 뿌리 염색도 하고, 사놓기만 하고 귀찮아서 안 하는 마스크팩도 했다. 100일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셨던 대단한 *민님이 커피와 밥을 풀코스로 쏘셨다. 짱짱 멋지다.

  

  100일간 글을 쓰며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았다. 줌 수업 밖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완전 친구 같았다. 지나치게 건설적인 토크들. 책, 영화, 드라마(남주 얼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 책, 또 책. 완전 건전하고 긍정적인 모임이 될 것 같다.


  사람이 좋아 시작한 곳에서 난 글을 쓰고 있다. 그들과 함께라면 달리기든, 댄스든, 맛집 탐방이든 뭐든 다 했을 거다. 글쓰기라 조금은 다행이랄까. 겨우 100일 썼다고 글을 계속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감히 생각했다. 허나, 논문은 다시 쓰지 않을 거다. NEVER.


정지선 강사님이  "메모하세요"라며 주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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