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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Sep 27. 2022

난 일단 자고 일어날게


  강강술래, 풍물놀이, 운동회 응원댄스, 비석 치기. 최근 1학년 우리 반 어린이들과 함께 한 고강도 신체 활동이다. 요즘은 홈트가 대세라던가? 클래스룸 트레이닝이면 하루치 칼로리를 아낌없이 불태울 수 있다. 일과 운동을 동시에! 다 같이 흔들어!


-강강술래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마스크 줄 낀 친구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몰자 몰자 덕석 몰자. 비 온다 덕석 몰자. 풀자 풀자 덕석 풀자 볕 난다 덕석 풀자

고사리 대사리 꺾자. 나무 사다리 꺾자. 유자 꽁꽁 재미나 넘자 아장장장 벌이여.

청청 청어 엮자 위도 군산 청어 엮자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 없어 못 열겠네.

어딧골 기완가 장자 골 기와지. 몇 닷 냥 주었나. 석 닷 냥 주었지.


피카츄 백만볼트~! 기와밟기


-풍물놀이(별달거리)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신나는 운동회(응원 댄스)
뛰어보고 달려도 보고 들썩들썩 함께 춤도 추고

소리치고 또 노래하며 웃어봅시다.


-비석 치기 

1. 발등에 비석 얹고 걸어가서 맞추기

2. 두 발목 사이에 끼워놓고 토끼뜀으로 콩콩 뛰어가서 던져 맞추기

3. 두 무릎 사이에 끼워놓고 걸어가서 맞추기

4. 배 위에 올려놓고 걸어가서 맞추기

...

11. 머리 위에 비석을 얹고 가서 던져 맞추기


배사장 나가신다~.


  한두 시간 클트(클래스룸 트레이닝)를 하다 보면 얼굴부터 발바닥까지 끈적한 육즙이 솟아 흐른다. 아침에 공들여 바른 파운데이션과 아이섀도도 함께 심연으로 사라진다. 파데의 장막을 한 꺼풀 들어내면 '숨겨왔던 나~의' 기미, 잡티, 주름이 등장한다.



  가을운동회가 코앞이다. '신나는 운동회' 음악에 맞춰 댄스 연습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옆자리에 앉은 어린이가 수줍게 묻는다.
"그런데...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어린이의 눈빛에서 어떤 슬픈 메시지를 읽었다.
"왜? 선생님 나이 많아 보여?"
"네~. 그런데 선생님 몇 살이에요?"
"응. 여러 살이야."



  한때 학부모님께
"선생님 귀여우시다"라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어 보일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방학식 전에 방송실에서 6학년 학생들과 장비 점검을 하는데(방송실 기계들은 행사 당일 딱 맞춰 고장 난다.) 교무부장님께서 들어오시며
"선생님은 어디 계시니?"라고 물어보실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뚜둥.



  칼로리를 불사르고 에너지는 바닥났다. 조퇴를 했다.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뻗어 긴 잠을 잤다. 지워진 화장과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보다 더 큰 문제는 뚝 떨어져 버린 체력이다. 어찌하여 수업을 하고 뻗어버리는 지경까지 와버렸는가? 저질 체력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퇴직하려면 남은 날이 너무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쉬어서 체력을 회복한다 생각하지 말고, 운동해서 키우란다. 일주일에 한 번 타는 스케이트는 취미지 운동이 아니라고도 했다. 젼아, 이런 멋진 말은 어디서 배운 거냐? 그런데 피곤하고 힘든데 어떻게 운동을 하라는 거냐? 난 그냥 일단 자야겠다. 그리고 일어나서 운동할게.



  출근길 FM 라디오에서 들은 광고가 떠올랐다. 스포츠 7330! 일주일에 세 번, 30분 운동하자는 캠페인이다. 걷기, 스케이트 지상훈련, 실내 자전거, 요가, 국민체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일단 오늘은 스케이트 코너 벨트 훈련을 해봤다. 30분은 무리더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난 다시 누웠다.

갑자기 분위기는 공익광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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