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 풍물놀이, 운동회 응원댄스, 비석 치기. 최근 1학년 우리 반 어린이들과 함께 한 고강도 신체 활동이다. 요즘은 홈트가 대세라던가? 클래스룸 트레이닝이면 하루치 칼로리를 아낌없이 불태울 수 있다. 일과 운동을 동시에! 다 같이 흔들어!
-강강술래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마스크 줄 낀 친구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몰자 몰자 덕석 몰자. 비 온다 덕석 몰자. 풀자 풀자 덕석 풀자 볕 난다 덕석 풀자
고사리 대사리 꺾자. 나무 사다리 꺾자. 유자 꽁꽁 재미나 넘자 아장장장 벌이여.
청청 청어 엮자 위도 군산 청어 엮자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 없어 못 열겠네.
어딧골 기완가 장자 골 기와지. 몇 닷 냥 주었나. 석 닷 냥 주었지.
-풍물놀이(별달거리)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쿵따쿵
-신나는 운동회(응원 댄스)
뛰어보고 달려도 보고 들썩들썩 함께 춤도 추고
소리치고 또 노래하며 웃어봅시다.
-비석 치기
1. 발등에 비석 얹고 걸어가서 맞추기
2. 두 발목 사이에 끼워놓고 토끼뜀으로 콩콩 뛰어가서 던져 맞추기
3. 두 무릎 사이에 끼워놓고 걸어가서 맞추기
4. 배 위에 올려놓고 걸어가서 맞추기
...
11. 머리 위에 비석을 얹고 가서 던져 맞추기
한두 시간 클트(클래스룸 트레이닝)를 하다 보면 얼굴부터 발바닥까지 끈적한 육즙이 솟아 흐른다. 아침에 공들여 바른 파운데이션과 아이섀도도 함께 심연으로 사라진다. 파데의 장막을 한 꺼풀 들어내면 '숨겨왔던 나~의' 기미, 잡티, 주름이 등장한다.
가을운동회가 코앞이다. '신나는 운동회' 음악에 맞춰 댄스 연습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옆자리에 앉은 어린이가 수줍게 묻는다.
"그런데...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어린이의 눈빛에서 어떤 슬픈 메시지를 읽었다.
"왜? 선생님 나이 많아 보여?"
"네~. 그런데 선생님 몇 살이에요?"
"응. 여러 살이야."
한때 학부모님께
"선생님 귀여우시다"라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어 보일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방학식 전에 방송실에서 6학년 학생들과 장비 점검을 하는데(방송실 기계들은 행사 당일 딱 맞춰 고장 난다.) 교무부장님께서 들어오시며
"선생님은 어디 계시니?"라고 물어보실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뚜둥.
칼로리를 불사르고 에너지는 바닥났다. 조퇴를 했다.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뻗어 긴 잠을 잤다. 지워진 화장과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보다 더 큰 문제는 뚝 떨어져 버린 체력이다. 어찌하여 수업을 하고 뻗어버리는 지경까지 와버렸는가? 저질 체력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퇴직하려면 남은 날이 너무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쉬어서 체력을 회복한다 생각하지 말고, 운동해서 키우란다. 일주일에 한 번 타는 스케이트는 취미지 운동이 아니라고도 했다. 젼아, 이런 멋진 말은 어디서 배운 거냐? 그런데 피곤하고 힘든데 어떻게 운동을 하라는 거냐? 난 그냥 일단 자야겠다. 그리고 일어나서 운동할게.
출근길 FM 라디오에서 들은 광고가 떠올랐다. 스포츠 7330! 일주일에 세 번, 30분 운동하자는 캠페인이다. 걷기, 스케이트 지상훈련, 실내 자전거, 요가, 국민체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일단 오늘은 스케이트 코너 벨트 훈련을 해봤다. 30분은 무리더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난 다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