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삶
3대 독자이신 아버지와 결혼하신 어머니께서는 결혼생활 내내 할머니로부터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셨습니다. 17살에 시집오셔서 21살에 혼자되신 할머니에게 3대 독자 아버지는 아들이자 남편이었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어머니는 며느리보다는 남편을 빼앗아간 ‘첩’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은 할머니가 어머니를 꾸중하고, 욕하고, 어머니는 우시는 장면들이 대부분입니다. 할머니께서 일방적으로 어머니를 꾸중하시고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집안일을 하셨고, 할머니께서는 어머니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집을 나가라고’ 고함을 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버릇처럼 쉬시던 큰 한숨을 쉬시며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시며 우시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 무릎에 누워 낮잠을 청할 때 어머니께서 넋두리하듯이 저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 나처럼 참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하고 편하고 자유롭게 살아라. 알았지? 엄마는 바보 같고 어리석어서 이렇게 살지만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라’
올해 중학생이 된 둘째가 제 옆에 앉아서 이것저것을 물어봅니다.
아들 : 아빠는 제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빠 : 글쎄. 네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살면 좋지 않을까?
아들 : 그래요? 그럼 아빠는 지금 그렇게 살고 계세요?
아빠 : 네가 보기에는 어때?
아들 : 음.... 제가 보기에는 아빠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아빠 : 그래?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
아들 :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어때요?
아빠 : 아빠도 지금의 아빠 모습에 만족해. 아빠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일을 좋아하고, 그리고 아빠가 선택한 것이라 행복해
아들 : 우와~~ 부럽네요. 나도 아빠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아빠 : 그래. 아들이 아빠를 부러워하고 닮고 싶다고 하니 아빠도 기분이 좋네
얼마 전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며 문득 궁금한 게 있어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나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럼. 잘 살고 있지. 어릴 때부터 되고 싶다는 선생도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요? 근데 기억나요? 어릴 때 엄마가 나에게 '엄마처럼 살지 말라'라고 한 거?’
‘너 그걸 기억해? 나야 당연히 기억하지. 나는 진짜 너희들이 나처럼 하기 싫은 거 참고 그렇게 사는 게 싫었다’
‘근데 왜 엄마는 그렇게 사셨어요?’
‘그러게 말이다.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세월을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싶다’
‘나보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엄마도 그렇게 살지 말지 그랬어요?’
‘그때는 그걸 내가 몰랐지. 그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어. 어쩌면 내가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고..... 그 용기가 없었던 걸 너희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로서 너희들을 먼저 생각하고 사는 게 맞다는 핑계를.....’
‘옛날로 돌아가면 지금과는 다름 선택을 하셨을 것 같아요?’
‘글쎄.... 다시 돌아가면..... 어떨지 모르겠다. 또 핑계를 대고 그렇게 살고 있을지..... 아님 용기를 낼지 말이다. 분명한 건 자식만을 위해 살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다...... 자식들은 자기가 알아서 잘 자라 주더라고...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아도. 그래서 먼저는 널 위해 사는 게 맞는 것 같아’
자녀를 위해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녀의 인생이 곧 나의 인생이고, 자녀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혹은 자녀를 위해 싫은 것을 참고 견디면 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사시는 부모님들도 나름의 이유와 목표가 있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을 자녀가 그대로 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통상 이런 분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자녀들은 다르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을 자녀가 그대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사는 대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면, 나 자신에게도 그 삶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그 삶을 부모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살면서 자녀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를 바라지 말고 지금부터 부모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부모는 자녀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자녀를 위해 살아간다면 그것은 자녀의 삶이지 부모의 삶이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녀의 삶이고 인생만 있을 뿐입니다. 진정으로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부모는 먼저 자신의 인생을 찾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라고 하셨던 제 어머니가 지금이라도 제가 살았으면 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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