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버텨온 날들 04. 나의 삶은 매일 무너진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섭다.

by 한여름

# 나의 삶은 매일 무너진다.


늦은 밤, 나는 잠에 들지 않기 위해 딴짓을 한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금방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서 하루의 끝을 미루고 또 미룬다.

내일이 찾아오면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

아무렇지 않은 척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나는 그 무엇도 자신이 없는데...

그럼에도 매일매일, 내일이 온다.


하루하루 견뎌낸다는 게, 하루하루 삶을 살아간다는 게 참 힘이 든다.

나만 이렇게 힘이 든 걸까

사람들 앞에서는 나의 우울을, 나의 불안을, 나의 두려움을 티 내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견뎌낸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혹시, 누군가 나를 험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어쩐지 가만히 있는 것조차 불안하다.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지만 참아본다.


밤이 되면 꾹꾹 눌러내던 감정이 넘쳐흐른다.

감추려고 해도 자꾸만 터져 나오는 이 복잡한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다.

그저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를 맡긴다.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더 두려움에 빠진다.

이렇게 매일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 모든 것이 아무 의미 없을까 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까 봐

포기하지 않고 있는 내가 사실은 미련한 걸까 봐


시간이 흘러 아침이 다가오면,

이제 곧, 아침이 온다는 현실이 무서워진다.

그제야 눈을 감는다.

이렇게 눈을 감으면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이 오는 게 반가워지는 날이 올까?

아니, 그냥 내일이 와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올까?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내 삶은 매일 무너진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하루를 버텨본다.






수, 일 연재
이전 03화그럼에도, 버텨온 날들 03. 죽고 싶은 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