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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삼이칠 Jul 13. 2023

나 생일 혼자 야무지게 챙기기

내 생일은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

사진: Unsplash의 Josh Hild

작년부터는 내 생일을 기억해서 챙겨주는 이가 없다. 어쩌다 대화도중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챙겨준 친한 언니와 어느 순간 서로의 생일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모드로 바뀌었다. 서로 살기 바뀌기도 하고 그게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서로 묵인하에 인정하는 듯한 모드이다. 가족들 챙기기도 바쁘기도 하고~유일하게 챙겨준 언니와 사이가 틀어져 지금은 내 생일은 내가 더 적극적으로 챙겨 먹고 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내가 나를 신경 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는가~ 생일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때 하는 걸 권한다. 어차피 서로 챙겨주는 것이니 그렇게 꼴불견을 아닐 것이다. 직장동료들과는 챙길 때 참 애매모호해서 혼났다. 밥은 같이 먹어도 생일까지는 챙겨주기 뭐 한 사이인데 누구는 선뜻 챙겨주고 싶지만, 또 그냥 넘어가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다. 생일을 챙긴다는 게 시간과 마음이 다 동원되어야 하는 것인데 제일 난감한 것은 선물이다. 부모님은 현금드려도 괜찮지만, 지인과 친구 동료의 어중간한 사이는 선물선택과 가격까지 신경 쓸게 너무 많다.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족들이 챙겨주는 걸로 하고 살았는데, 이제 혼자 챙겨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아무리 씩씩한 척해도 초라한 기분이 드는 건 나도 사람이다.


생전 아버지 생신을 한번 건너뛴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섭섭한 티를 내시는지 속으로 '왜 저래~ '그랬다.생일선물은 남자친구들한테 대부분 받았다. 몇 개월을 만나도 만나는 동안 생일이 있으면 솔직히 얘기하고 주얼리 종류로 받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선물은 1살 연하 과일가게 장사하는 사람이었는데 생일 선물 "난초"화분를 집으로 보내왔다. 크리스마스선물로 고민고민하다가 포기하고 카드만 주어서 엄청 실망했던 남자친구 이후 최대 충격이었다. 센스가 이 정도면 문제가 크다 싶었다. 운전면허 시험처럼 나도 감점 체크형이다. 100점 부터 차감된다.


지난주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생일에 대한 계획이 따로 없었는데, 작년에는 투썸에서 조각케이크 사 먹고 아웃백에서 점심 배달해서 김치카카두 그릴러 세트류와 와인 한잔 사이즈 주문해서 먹었다. 올해는 어떻게 할까 전날 생각을 하다 오전에 이번달 계획한 삼성역 피카소전을 둘러보고  아웃백에 런치세트시간에 맞춰 네이버에 1인예약 플랜을 짠다.

삼성역4번출구 마이아트뮤지엄 B1 피카소와20세기 거장들

약간의 힘든 과정을 거쳐  생일을 계획대로 잘 챙기고 집에 돌아오니 애정하는 지인 2명이 연락을 줘서 오늘하루 어땠냐고 물어본다."요 몇 년 사이 제일 즐겁고 좋았고 굿이야~" 계획하고 그대로 실행하면 그게 주는 행복함이 있다. 카카오 선물로 오쇼몰 비타민과 롱테이크 헤어오일 선물 받았다. 너무 좋다. 이건 상대적인 것이다.


타인에게 잘해 줄 시간 있으면 나 먼저 챙기자.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도 잘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불쌍한 척하지 말자. 아무도 안 챙겨주면 스스로 야무치게 챙겨주자. 그러면 덜 외롭다.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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