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를 직접 만나고 그분의 북콘서트나 강의가 있다면 참관해 보고 싶다. 내가 아는 전반적으로 유식한 분의 현대적 표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고루한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운데 얘기 나누고 듣고 싶은 분이다. 어떻게 저렇게 유연한데 두루두루 지식이 다양하고 재미가 있을까~위트 한 방울이 있다.
이렇게 인생을 살다 보면 학창 시절 달달 외우고 시험 치고 했던 것들이 가끔씩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역사이든 우리가 배웠던 것이 영 쓸 일이 없을 것 같던 짜증 내던 것들이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만 배우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주말예능을 볼 때마다 연예인들의 잡학퀴즈 수준을 보면 놀랠 때가 있다. 어떻게 저런 지식을 가지고 4년제를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이다. 그게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덕분에 자신감이 조금은 올라가지만~
그래서 친한 언니와 드라이브 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방송 PD들은 예능 하는 사람들과 일하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그래서 예능아나운서들이 퇴사하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김영하 작가는 그래서 평생을 고등학생처럼 잡학지식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요즘은 적극 공감한다. 몇 달 전 서울공얘박물관에 다녀오면서 잘은 몰라도 예전 학창 시절 배웠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래서 고등학교까지 필수교육을 받아야 하겠구나 싶었다. 그때는 누구나 똑같은 수준으로 배우는 그 지식들이 인생전반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 아예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관심을 가지기는 상당히 어렵다. 배웠던 그림이나 배웠던 기억이 나는 한 순간이라도 있으면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우리가 살아가고 먹고사는 것 이외에 워라밸을 하는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해 의해서 배우는 지식도 나이가 들면 한계가 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조금 열심히 공부했을 텐데~
네이비씰팀 미드를 적응해 가면서 보는데 볼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린다. 해병대2기이고 베트남 전 참전하시고 훈장은 받으셨지만, 혜택은 없었다. 상해는 입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생업에 열심히였다. 운전사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까지 최선을 다 하시다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지만, 그의 인생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가족 중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약주 없이 하루도 못 견디는 그를 옆에서 보는 것은 지옥 같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했을 텐데 나라에서는 그것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 미드를 보면서 비로써 그가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힘든 전투들이 삶으로 돌아와서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늘 괴롭혔을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자기에게 상처를 내는 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오는 상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위로가 필요했고 진정한 용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요즘은 한 가지만 잘하면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내세울 게 없는 나라는 게 사실 많이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한 가지만 잘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주위에 그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이가 없다면 나약하고 취약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았다. 재능이 소프트웨어라면 일반적인 상식과 대인관계의 리미트가 있어야 그것이 하드웨어가 되어 보호할 수 있고 꽃 피울 수 있다.
공부가 학생으로서의 의무이긴 하지만, 그때도 힘들었지만, 지금 친구들은 더 힘들고 치열하게 보인다. 옆을 볼 여유 따위는 없이 발 한쪽만 잘못 디뎌도 소위 이번 생 망했다는 그들의 치열함 감히 어찌 이해하겠나~
무엇을 위해 그들이 달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게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아는 것도 못지않게 나의 인성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