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걱정을 남이 모르게 하라. 그건 아니다. 회사생활이나 인간관계 가족에서의 소소한 문제가 늘 머릿속에 있어 어제 누군가는 친구와 만나 한잔하고 집에 들어와야만이 잠을 푹 잘 수 있는 사람, 퇴근하면서 잠깐이지만, 몇 시간 호프집에서 매운 닭발에 편하게 속얘기를 하고 집으로 귀가해서 겨우 잠이 드는 사람. 새벽 2~3까지 교대 김치찌개집을 3차로 내가 뭘 먹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찌개 안의 도톰한 돼지고기를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카카오택시를 불러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일도 영업이라 불안한데 잔잔바리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일들이 있어도 같이 얘기하고 술 마실 친구가 있어 겨우 숨을 쉬고 살았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치매가 오신 이모가 엄마 장례식장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가 전에는 너무 신경 쓸 것이 많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마니 편안해지고 좋아졌어"옆에 있는 사촌오빠들의 표정이 오묘하다.
자다가 갑자기 아주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한 미래가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화가 확 치밀어 올라 잠이 훅 깬다. 분명 졸려서 눈이 감겼는데 아이고~ TV나 켜자!
걱정, 염려 이런 단어를 들으면 왠지 긍정보다는 부정적이란 느낌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 지금의 나를 보면 대책 없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생각에 잠식되어 갈 때 필요한 게 루틴이다. 아침에 일어나해야 할 루틴이 있고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춰해야 할 나의 루틴이 있다. 거의 기둥이 있고 그 안에 약간의 변주들이 있다. 어릴 때는 그 변주들을 찾아 헤매고 경험을 온몸으로 감당하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나의 근간은 그 루틴이다. 친구는 '그놈의 루틴 깨부숴 버리고 싶다'라고 하는데 거의 칸트급이 되어 가고 있다. 정말 쳇바퀴 돌듯 그 일상과 기록들이 마음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 루틴들이 있어 나를 위한 행동들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전화가 울리면 어느 순간 받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안 받을 수 없으니 받는다. 받자마자 "에휴~"하고 시작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매사가 걱정거리이다. 물론, 거기에 맞춰 나의 걱정거리나 짜증 난 일화를 얘기한다. 일방적으로만 들을 수 없으니~ 그럼 전화를 안 할 법도 한데 착실하게 이틀에 한 번씩은 한다. 전화를 끊고 나면 기분이가 안 좋다. 그냥 안 좋다. 방어전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알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아 진다. 그냥 나 모르게 잘 들 살았으면 좋겠다. 왜냐 내 머리도 터져 나갈 것 같으니까~친구는 너무 자기 속애기를 안 하면 지인에 속상해한다. 나만 쓰레기야~ 나만 이런 거야~ 우리는 각자만의 방에 각자의 고민거리 폴더가 있다. 담백하게 하나씩 꺼내 놓자. 혼자 감당해야 할 부분이 7할이고 3할만이 내놓아야 할 것이다. 말한다고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내 생각과 다르면 또 그게 그리 섭섭하다. 거기다 네 잘못이라고 하면 그건 관계자체에도 이상이 온다. 모든 사람이 나의 생각과 같을 수 없고 친한 사람은 나와 같을 거란 생각은 힘들어질 때가 온다.
친한 사람이란 같은 시간을 기꺼이 나누려 하고 서로의 일상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고마운 사람인데 그에게 서로 소통이 아닌 들어주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자. 쌍방통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