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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삼이칠 Jul 31. 2023

솔직함은 70%가 딱 좋다.

역지사지, 배려라는 양념이 30%는 있어야 관계가 매끄러워진다.

사진: UnsplashDima Solomin

전화 통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하는 지인은 딱 2명이다. 우리는 별 이야기 안물안궁 얘기들을 서로 스스럼없이 하는 사이이다. 그런 사이가 순기능이 아닌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지만, 방출을 해야 살 수 있으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토크가 없이 어찌 살아가겠는가~사달의 원인은 이렇다.

전사에 알고 있는 언니뻘 되는 동료가 몇 년 만에 만나자고 몇 달 전부터  지인언니와 나에게 번갈아 가며 연락하는데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7월에 보자 하고 시간이 흐르니 또 연락이 와서 3번째라 이번에는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 늦은 저녁 온다.

대부분 한 두 번 연락해서 안 되면 그쪽이 마음이 없나 보다 해서 마는데 세 번씩이나 하시니 우리도 겸사겸사 만날 때도 되었고 해서 연례행사로 가던 백숙집을 일단 픽하고 시간도 대략 잡았다. 디테일한 거 까지는  그 분과 연락통화한 언니에게 부탁했는데 그다음 날 오전부터 연락을 해서 쐐기를 박으신다. 그래서 생각한 플랜을 여쭤보니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 기존대로 장소 톡으로 보내드린다고 하니 만족해하신다. 그러시면서 마지막으로 "지금 내가 여력이 그리 넉넉지 않으니 더치페이로 해야 할 것 같아~"하는데, 본인이 만나자 하고 4~5살 언니뻘이고 여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러니 "그럼, 차는 사야지~"말이 나온다. 본인도 그건 좋다 하신다.


8월 일정을 친구와 통화하다 그분 약속일정이 나와 얘기하니 대뜸"너 거기 가려면 멀잖아~ 그런 말 하는 그분도 그렇고 더치페이하면서까지 가는 너도 대단하다" 한다. 기분이 확 상한다. 왜냐면 내가 그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만나기 전인데도 텐션이 떨어진다. 같이 가기로 한 언니와 며칠 후 통화를 하다 본인이 차량을 가져가야 할 거 같다고 하면서 우리 집이랑 가까운 친정에서 출발한다 하길래 픽업하려고 하는 줄 알고 집까지는 부담스러우니 친정 쪽으로 간다고 하니 "어~그래 그건 생각 못했네! 그럼 2시까지 와봐 봐! 하며 순간 상황해 하는 거 같다. 워낙 8월 초 더운 날  가기에 거리상으로도 경로도 쉽지 않아 더 고민스럽지만, 우리가 정한 곳이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 약속은 벌써 마음이 많이 상하는 포인트가 생겼다. 친한 사이에도 상처가 났다가 아물었다가 그런 존재들이지만, 동시에 두 명 한테 상처 아닌 상처를 받으니 나의 예민함이 문제인 건지 우리의 솔직함이 문제인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친한 사이에도 배려 매너가 있으니 지금까지 유지된 것일 텐데 내가 즐겁지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더 깊게 더 오래 파고든다. 뭐 하나라도 좋은 게 있으면 상쇄된다. 지금 그렇지 않은 상태이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세상 살다 보니~그저 각자의 상황과 입장이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남을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나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이상하게 50대가 되면 더 개인적이고 가족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친한 것과 솔직함이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누구보다 솔직함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상대방이 상처받을 거 같으면 숨기거나 거짓말을 선택한다. 현실은 없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뿐이다.

같은 공간 시간을 가져도 바라보고 느끼는 게 다르면 살아가는 모습도 달라진다. 쌍둥이도 각자의 인생을  산다. 친하니까 다 이해해 줄거라 착각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아닌 너이다. 솔직함은 70%가 딱 좋다. 나머지 30%는 방부제(역지사지. 배려, 매너)로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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