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 매달리기

근력 운동

by 이천우

철봉 매달리기


필자가 상상하는 철봉에서의 턱걸이



한 달 전,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꽤 노골적으로 확인한 날이 있었다. 나는 근처 ‘경화 5일장’에 가서 가끔 장을 본다. 이날 구입한 감자, 고구마, , 배추 등을 장바구니에 담아 들고 왔는데, 손목과 허리가 먼저 멈칫했다. “조심하자”보다 “들기 겁난다”는 감각이 스쳤다. 그날 이후 마음을 정했다. 더 늦기 전에 근력을 붙이자. 멋을 위한 힘이 아니라, 생활을 지키는 힘을 키우자, 라고.


그래서 나는 평소 지나쳤던 풍호운동장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찾았다. 실내 헬스장처럼 거창한 장비는 없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내게 맞았다. 운동기구 5~6가지를 정해 두고 한 바퀴 돌 듯 이용한다. 다만 시작은 늘 같다. 먼저 몸통 돌리기부터 한다. 몸을 좌우로 천천히 돌리며 몸을 푼다.


몸통 돌리기를 우선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노년의 운동은 ‘힘을 먼저 쓰는 것’보다 ‘몸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몸통을 천천히 회전시키면 허리와 옆구리, 등과 어깨가 함께 움직이면서 굳어 있는 지점이 바로 드러난다. 오늘 유난히 뻣뻣한지, 한쪽이 당기는지, 숨이 평소보다 가쁜지 같은 신호가 이때 올라온다. 나는 그 신호를 기준으로 그날의 강도를 조절한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철봉으로 가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범위를 줄이거나 강도를 낮춘다. 말하자면 몸통 돌리기는 준비운동이면서 동시에 자기 점검이다. 몸을 푸는 효과도 있지만, 더 큰 역할은 무리해서 다치지 않게 미리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장치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철봉에 매달리기 전에 꼭 한 번, 몸통을 돌리며 ‘오늘의 몸’을 확인한다.


몸이 조금 풀렸다고 느껴지면 그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철봉 매달리기, 체중을 실어 들어 올리기(몸을 들어 올리거나 버티는 동작), 윗몸 일으키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벼운 달리기까지 이어 간다. 욕심내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만 한다는 원칙 하나를 세우고 시작했다.


몸통을 돌리며 충분히 풀고 철봉 앞에 섰다. 준비를 했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매달리니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젊을 때는 “턱걸이 몇 개나 할 수 있지?” 같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버티느냐”가 기준이 된다. 손바닥이 철봉에 닿는 순간 팔과 어깨가 즉각 반응한다. 예전에는 몰랐다. 철봉에 매달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은. 이제는 몸이 말을 안 듣는 정도를 넘어, 무리한 순간이 곧바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친해지자, 라고 정했다.


일찍부터 근력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노년의 근력은 ‘멋’이 아니라 ‘안전’이다. 계단에서 숨이 덜 차게 해 주고, 장바구니를 들어도 허리가 버티게 하며, 미끄러질 뻔한 순간에 중심을 다시 잡게 해 주는 힘이 결국 여기서 나온다. 그러니 질문은 “할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오래 가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자기 체중을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턱걸이가 대표적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턱걸이를 못한다. 처음에는 그게 조금 민망했다. 그래서 한 번쯤 무리해서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그 마음이야말로 위험하다는 걸 금방 알았다. 과욕은 몸을 망가뜨리고, 한 번 다치면 운동 자체가 싫어지며, 그 싫증은 오래 간다.


그래서 목표부터 바꿨다. ‘턱걸이 성공’이 아니라 ‘철봉에 일정 시간 매달리기’로 낮췄다. 아주 짧은 시간이어도 상관없었다. 손이 먼저 풀려 떨어지는 날도 있고, 어깨가 뻐근해져 내려오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억지로 버티지 않는다. 대신 다음 날 다시 철봉을 잡는다. “오늘은 못 했어”가 아니라 “오늘도 이만큼 했어”로 기록을 남긴다. 이 작은 문장 하나가 운동을 계속하게 만든다.


체중을 실어 들어 올리는 기구도 마찬가지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동작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통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횟수’보다 ‘자세’를 먼저 본다. 들어 올릴 때는 반동을 줄이고, 내려올 때는 더 천천히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한 동작이지만, 다음 날 몸이 묘하게 단단해지는 느낌이 남는다.


윗몸 일으키기도 비슷하다. 예전처럼 횟수부터 세면 목과 허리가 먼저 불편해진다. 그래서 욕심을 덜고, 천천히 정확하게 올렸다가 천천히 내리는 데 집중한다. 몸통 돌리기는 시작할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중간에도 한 번 더 한다. “시원하다”로 끝나는 과한 비틀기가 되지 않도록, 회전 범위를 줄이고 호흡을 붙여 몸통이 따라오는 만큼만 움직인다. 마지막 달리기도 기록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끝까지 하고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과정을 겪으며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노년의 근력은 “한 번에 올리는 힘”이 아니라 “꾸준히 유지하는 힘”에 가깝다는 것이다. 체력과 지구력은 근육의 양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습관의 질에서 갈린다. 턱걸이 같은 운동은 팔 힘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등과 복부, 어깨, 손목, 그리고 자세를 잡는 감각까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니 턱걸이를 못한다고 실패가 아니다. 매달리는 시간이 조금 늘고, 자세가 덜 무너지고, 통증 없이 반복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성장이다. 그리고 그 성장 속도는 느릴수록 안전하다. 서두르면 몸은 겁을 먹고 운동이 싫어진다. 반대로 천천히 가면, 근육은 결국 따라오리라 기대한다.


지금도 나는 턱걸이를 전혀 못한다. 그래도 철봉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내 몸은 ‘완성’이 아니라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10초 매달렸다면 내일은 12초를 바라보면 된다. 오늘 윗몸 일으키기 10개가 힘들었다면, 다음에는 12개로 늘리는 대신 10개를 더 정확하게 하면 된다. 그렇게 작은 진전이 쌓이면 어느 날 일상이 달라질 것이다. 걷는 자세가 조금 더 안정되고, 무릎과 허리가 덜 불안해지며, 무엇보다 “나는 아직 내 몸을 다룰 수 있다”는 감각이 되살아날 것이다.


결국 노년의 근력 운동은 젊음을 되찾는 일이 아니다. 남은 시간을 버틸 힘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풍호운동장 운동기구를 한 바퀴 돌며 이용하고, 마지막에 철봉에 손을 올린다. 가능한 만큼만 매달린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그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노년의 근력을 가장 현실적으로 키우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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