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요. 사람 곁에는 늘 작고 따스한 생명이 함께해 왔습니다. 고대 동양화의 정겨운 풍경 속에서도, 유럽의 명화 속에서도 주인의 곁을 지키는 개나 고양이의 모습은 자주 등장하죠. 그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말없이 곁을 내어주는 친구이자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조용한 동반자였을 겁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습니다. 이름은 ‘사랑이’. 이제 열한 살이 된 반려견입니다. 처음엔 그저 귀엽다며 가볍게 쓰다듬는 정도였지만, 어느새 우리의 삶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더군요.
사랑이는 우리 아파트 베란다,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지냅니다. 하지만 결코 멀리 있는 건 아닙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늘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요. 특히 내 방 창문은 사랑이와 마주 보고 있어,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눈빛으로 말을 나눕니다. 식탁에 앉기만 해도 사랑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간식을 기대하고, 외출하려는 기척만 있어도 “나도 데려가 줘요” 하고 애타게 짖습니다.
매일 아침, 나는 사랑이와 함께 웅산을 오릅니다. 가끔은 아내와 셋이 함께 걷기도 하지요. 사랑이는 언제나 나보다 반 발짝 앞서가다가도 자주 뒤돌아봅니다.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살피는 그 모습이 얼마나 다정한지 모릅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금세 지쳐 자리에 앉아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말없이 사랑이를 안고 천천히 걸음을 이어갑니다. 품 안의 온기, 함께 나누는 숨결 속에서 우리는 말없이도 깊은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가끔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엔 그저 작은 동물일 뿐이었던 사랑이가, 어떻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을까.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말없이 마음을 읽어주는 존재. 사랑이는 이제 가족이고, 우리의 삶에 리듬을 만들어주는 존재입니다.
조용한 노년의 하루가 때로는 쓸쓸하게 느껴질지라도, 사랑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채워줍니다. 가끔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어 목소리가 높아지면, 사랑이는 어느새 그 틈을 가로지르듯 짖어줍니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마음이 풀어집니다. 이 작은 생명체가 건네는 위로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동반자'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사랑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걸어주고, 기다려주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게 하는 존재. 사랑이는 우리 부부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함께 늙어가는 지금 이 시간이 그래서 더 귀하고, 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