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실무는 어떻게 시작될까?

기획 · 디렉팅 · 클라이언트 대응까지 실무의 기본 흐름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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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물만 잘 만들면 일이 들어올까?


시각디자인을 막 배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포트폴리오만 잘 만들면 일이 들어오겠지.”
“클라이언트가 자료만 주면, 알아서 예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실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디자인이라는 ‘결과’보다 그 앞의 ‘과정’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디자이너는 단순한 제작자가 아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기획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리 툴을 잘 다루고 감각이 좋아도,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실무에서 자주 막히게 된다. 오늘은 시각디자인 실무의 기본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보려 한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란 ‘잘 만든 결과물’보다 ‘잘 이끈 과정’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1. 실무는 ‘기획’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된다. “브로셔 하나 만들어주세요.”, “이 브랜드에 어울리는 로고를 원해요.”, “이번 시즌에 맞는 패키지를 새로 디자인하려고요.”

이 말 속엔 사실 수많은 미정의가 포함돼 있다. 누가, 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는지. 이걸 모른 채 만드는 디자인은, 결국 예쁘기만 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된다. 그래서 실무 디자이너는 첫 단계에서 ‘디자인하기 전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① 이 디자인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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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사용자는 누구이며, 어떤 맥락에서 이걸 보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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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클라이언트가 말한 “예쁜 느낌”은 어떤 기준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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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다.

문제가 명확해야, 디자인도 정교해진다.




2.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이 끝나면, 디자이너는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따르는 입장이 아니다. ‘이런 방향으로 풀어보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제안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때 필요한 건 두 가지다.


① 핵심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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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클라이언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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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런 식이다.

“정체된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구 집단이기 때문에, 로고도 하나의 정해진 형태보다는 '변화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했습니다.”
“랩마다 고유한 로고를 갖되, 동일한 구조 안에서 만들어져 MIT Media Lab이라는 정체성은 유지됩니다.”
“일관된 그래픽 시스템이지만 결과물은 다채롭습니다. 이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MIT Media Lab은 기술적 실험을 핵심 가치로, 이 로고 시스템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MIT의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이런 설명은 단순히 ‘예쁘다’는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결과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3. 결과물보다 ‘소통력’이 더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건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잘 소통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혼자만의 기준으로 설계하고, 설명 없이 결과만 보내면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생각과 달라요”라고 반응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아래 같은 ‘문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A안은 브랜드의 직관성을 강조한 구성이고, B안은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전체 배색은 기존 제품군과의 통일성을 고려해 유지했습니다.”
“글자 수가 많아졌기에 기존 구성보다 더 큰 캔버스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 상황을 요약해서 중간 피드백을 정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디자인 실무’에 포함된다.



4. 디자인은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시안이 끝났다고 실무가 끝나는 게 아니다. 수정, 납품, 인쇄, 운영 가이드, 후속 제작물까지 끝맺음의 품질이 전체 프로젝트의 인상을 좌우한다.


실제 인쇄에서 색이 바뀌지 않도록 시안을 CMYK로 준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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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도록 로고, 색상, 타이포 사용 규칙을 정리해두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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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용 환경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사용자 흐름과 상황을 고려했는가?

30d219d1c2d74.png (출처 : https://medium.com/level-up-web)


즉, 실무 디자이너는 ‘끝맺음까지 설계하는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품질을 놓치지 않고 관리할 때,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를 단순한 외주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된다.



디자인 실무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의 언어’다

좋은 디자이너란 어떤 사람일까? 예쁜 시안을 많이 만든 사람? 감각이 뛰어난 사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실무에서 진짜 실력은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가’에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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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가 기본이고, 그 위에 감각과 기술이 더해질 때 비로소 실무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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