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브랜딩의 연결고리

브랜드 전략 안에서 디자인이 수행하는 3가지 핵심 역할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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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는 말보다 장면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브랜드를 기억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정교한 전략 문서를 읽은 게 아니라, 매장 간판을 봤거나, 누군가의 옷차림을 스쳐 본 것, SNS에서 흘려본 카드뉴스 한 장일 가능성이 높다. 단 한 번의 접촉이 브랜드 전체를 설명하진 않지만, 그 짧은 순간이 브랜드에 대한 ‘느낌’을 만들고, 그 느낌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장면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설계하는 핵심 언어가 바로 ‘시각디자인’이다. 브랜드의 첫인상을 만들고, 스토리의 흐름을 연결하고, 브랜드에 감정을 부여하는 모든 과정 속에 시각디자인이 있다. 많은 브랜드가 자신만의 전략을 고민한다. 브랜드 정체성, 포지셔닝, 타깃 설정… 하지만 그 전략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방식은 언제나 ‘시각’을 거친다.

디자인은 전략을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자, 브랜드의 철학이 사람들의 감정과 일상 속에 닿도록 돕는 연결고리다. 그래서 오늘은 ‘브랜딩 안에서 시각디자인이 수행하는 역할’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체성을 만들고, 감정을 이끌고, 관계를 만드는 세 가지 역할로.




1.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브랜딩에서 시각디자인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은, 브랜드가 누구인지 형태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로고, 컬러, 타이포그래피, 패턴, 사진의 톤, 콘텐츠의 스타일… 우리가 흔히 '디자인 요소'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압축한 시각 언어의 조합이다.


이 시각 언어가 일관되게 반복되면, 사람들은 브랜드의 철학이나 전략을 굳이 설명받지 않아도 ‘이 브랜드는 이런 성격이구나’ 하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딱딱한 고딕 서체로 직설적이고 솔직한 캐릭터를 만든다.

dbb3e83c2678f.png (출처 : https://story.baemin.com/5317/)

무신사는 블랙 앤 화이트 중심의 미니멀한 그래픽으로 도시적이고 트렌디한 감성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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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a64bac80dd2.png (출처 : newsroom.musinsa.com/2023-1013-0)

마켓컬리는 고급스러운 보랏빛 톤과 둥근 서체를 통해 신선하고 정갈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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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각디자인은 단지 눈에 띄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인격을 드러내는 시각적 자기소개서다.




2. 브랜드의 ‘감정선’을 만든다


전략이 브랜드의 방향과 목적지를 설정한다면, 디자인은 그 여정을 따라가며 사람들이 느끼게 될 정서를 설계한다. 같은 브랜드 메시지라도, 어떤 톤과 무드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기억하게 되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친환경’을 키워드로 삼은 두 브랜드를 상상해보자.


하나는 초록색 계열과 기하학적 정렬로 정직하고 과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6ac24299119b1.png (출처 : behance.net/gallery/175281169)

다른 하나는 손글씨와 아이보리 컬러로 따뜻하고 자연 친화적인 무드를 만든다.

d8751a21c3434.png (출처 : https://creativemarket.com/Nickylaatz)


이 두 브랜드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그 브랜드가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먼저 기억한다. 디자인은 그 감정선을 책임지는 매개다. 좋은 디자인은 브랜드의 감정을 사용자의 감정과 연결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이어진다’.




3.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만든다


오늘날 브랜딩은 더 이상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사용자가 경험하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관계적 구조 위에 성립한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시각디자인이다.


브랜드가 아무리 철학이 멋지고 전략이 정교해도, 사용자에게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전략을 ‘닿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일이다.


예를 들어,

구매 전 맥락을 고려해 설계한 상세페이지 흐름

21a6503d80c48.png (출처 : kr.pinterest.com/pin/28288303906463556/)

클릭을 유도하는 명확한 행동 버튼(CTA)

original-0b97751045dc1f2ac36346d83cbee612.png (출처 : kr.pinterest.com/pin/28288303906463556/)

배송 후 감정을 고려한 패키지 디자인 구조

0bc364b16385d.png (출처 : ifdesign.com/express-train-gift-package)


이 모든 것이 디자인을 통해 관계 맺는 순간들이다.


디자인은 단지 예뻐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기대와 상황, 맥락을 함께 설계하는 언어다. 그리고 이 언어를 통해 브랜드는 사용자와 처음 인사하고, 감정을 주고받고, 신뢰를 쌓아간다.




디자인은 전략의 파트너다


종종 디자인은 ‘마지막 단계’, ‘겉모습을 다듬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시각디자인은 단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감각으로 번역하고, 사용자에게 전달되게 하는 파트너다.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장면’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각디자인은 전략과 사용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를 텍스트가 아니라, 장면으로 기억하게 된다.


문서로 정리된 ‘차별화 전략’보다, 매장에서 느낀 무드가 먼저 기억되고

6ed51121347d2.png (출처 : ifdesign.com/aesop-store-leipzig)

수치로 분석된 타깃보다, 광고에서 본 인물의 표정이 먼저 각인된다

1ba38363c8a81.png (출처 : sportsworldi.com/20250527507708)


그 장면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디자이너다. 그리고 그 장면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 디자인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브랜딩의 핵심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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