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다시 돌아온 어린 왕자의 슬픈 여행기
로또에 두 번 당첨되거나 벼락에 두 번 맞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거의’라는 말은 ‘거의’지 ‘완전히’는 아니다. 그런 일이 오늘 사막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30년 전 같이 사하라 사막에서 사고를 당해 비행기를 고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일어난 사고.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그동안 사하라 사막의 크기는 연평균 10km의 속도로 훨씬 커져 있었다. 절망감의 언어로 말하자면 인적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요새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어린 왕자와 먹었던 우물도 다 말라버렸다. 그렇게 비행기의 바퀴에 기대어서 불평을 마지막 유언처럼 늘어놓고 있을 때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또 일어났다. 저 멀리서 어린 왕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어린 왕자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맙소사,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어린 왕자는 그때 그 복장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나에게로 왔다. 눈이 휘둥그레져있는 나를 어린 왕자는 잠깐 헤어진 친구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양 한 마리만 다시 그려주세요”
어린 왕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에게 부탁을 했다.
“저번에 그려준 양은 어떻게 했니? 함부로 먹지 않도록 멍에도 해주었잖아”
“양은 바오바브 나무도 먹지만 다른 식물도 너무 많이 먹어요. 내 별은 그렇게 초목이 풍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양이 모든 것을 다 먹도록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좀 더 크고 풀이 많은 곳에 보냈어요.”
나는 어린 왕자가 그 양을 어느 큰 별에 보냈을까 궁금해졌다. 어린 왕자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별은 다 작은 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어린 왕자는 큰 별을 여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양은 엄청나게 많이 먹는데 어린 왕자가 이야기했던 별들은 그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구도 수많은 양과 소가 있는데 그 동물들이 뜯어먹는 양을 생각해 볼 때 오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주 아주 작은 아주 어린양으로 그려줄게.”
나는 정성껏 어린양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30년 만에 그린 내 그림들은 엉망이었다. 자꾸 구겨진 종이들이 무덤을 이루었다. 갑자기 어린 왕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요. 아저씨, 이제 그만 그리세요. 종이를 이렇게 낭비하다니 탄소발자국이 늘어가잖아요.”
‘탄소발자국’이라니... 꽤 어른스러운 말이다. 다시 살펴보니 어린 왕자라 부르기에 꽤 젊은이가 되어 있었다. 청년 왕자라 부르는 것이 맞아 보였다. 얼굴이 땀투성이라 물어보았다.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 옷이 너무 두꺼운 것 같아”
“꼭 옷 때문은 아니에요. 30년 동안 지구에서 어떤 일이 있었어요? 너무 더워졌는데요?”
‘흘러간 세월이 30년이구나’
“탄소발자국이란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어린 왕자는 내 질문을 듣기나 한 것인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저번에 뱀의 도움으로 내 별로 돌아간 뒤 별에 문제가 생겼었어요. 활화산 두 개 중 하나가 꺼져버려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요. 활화산이 하나밖에 남지 않으니 별이 조금 춥더라고요. 별에 석탄이 있어 그걸로 불을 피웠는데 연기가 많이 나고 오히려 더워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른 별들을 찾아다녔지요.”
“그래 다른 별에서 해결책을 찾았니?”
어린 왕자가 처음으로 찾아간 별은 탄소발자국의 별이었다. 이 별의 풍경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의 별과 비슷했다. 가로등을 계속해서 켜는 사람처럼 탄소발자국 별 사람들은 자동차에 나무를 싣고 달리다가 멈추고는 나무를 심는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바쁘게 나무를 심으세요?”
“쉿! 말을 짧게 하렴”
“왜요?”
“내 의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나무를 심는 일이야. 네가 말하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나무 심는 내가 힘들잖아. 어이쿠! 너하고 말하는 사이에 이산화탄소가 또 배출되었네. 나무를 심어야지”
“지금까지 얼마나 나무를 심으셨어요?”
나무를 심는 사람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어린 왕자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무엇을 타고 우리 별에 왔니?”
“저는 철새를 타고 왔어요.”
“음. 철새면 우주선과 달리 이산화탄소는 많이 배출하지 않겠구나. 우리 별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생산한 탄소발자국만큼 이산화탄소만큼 나무를 심어야 해. 눈에 있는 발자국의 수를 계산하여 그 양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탄소도 그 발자국으로 계산하는 거야."
“아저씨는 얼마나 심으셨어요?”
“음.. 나는 한 100그루 정도 심었나 봐.”
“엄청 많이 심으셨네요.”
“많이 심었지. 하지만 지구별이란 곳이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어린 왕자는 말을 가로채며 말하였다.
“알아요. 지구별. 예전에 가본 적이 있어요. 푸르고 아름다운 별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푸르고 아름다웠던 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 들리는 이야기로는 지구별 사람들은 평생 500그루에서 100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한국이라는 나라는 2050년까지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3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하는데 그래 봤자 연간 탄소배출량 7억 톤의 5%밖에 안된다고 그러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아저씨도 나무 심기가 힘들지 않으세요? 그렇게 힘들게 심을 것 같으면 자동차를 안 타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탄소발자국 별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였다.
“ 맞는 말이지만 그러기 쉽지 않아. 우리가 불편한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거든”
어린 왕자는 탄소발자국 별이 어린 왕자 별의 해결책이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 별에는 활화산이 2개, 휴화산이 1개 있어. 그런데 그중 활화산 하나가 꺼져서 추워. 만약에 화석연료로 별을 따뜻하게 하려면 그만큼의 나무를 더 심어야 된다는 이야기구나. 하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심으면 나무뿌리가 별을 산산조각 낼지도 몰라.’
어린 왕자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탄소발자국 별을 떠났다.
어린 왕자는 탄소발자국 별에서 들은 한국에 가보기로 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어린 왕자는 탄중 씨를 만났다. 탄중 씨의 나라 한국은 전쟁이 일어나 모든 것이 황폐화되었던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변변한 자원도 없어 절망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다행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부지런함과 국민이 함께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자원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파는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싼 가격에 그리고 나중에는 기술력을 더 해 물건을 팔았다. 40년 만에 탄중 씨의 나라는 다른 가난한 나라에게는 부러움이 되고 부자나라들에게는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이라는 가장 힘이 있는 나라의 대통령은 탄중 씨 나라에 대해 성공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어린 왕자는 한국에서 어린 왕자의 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왕자가 탄중 씨를 만났을 때 그는 각종 차트와 그래프가 있는 방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아저씨는 무엇을 하고 있어요?”
“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무슨 중요한 일인데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를 하고 있어. 지금보다 더 잘 살려면 준비가 철저해야 하거든 그래서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어"
어린 왕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은 이미 다른 나라보다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한국은 좋아 보이는데요.”
“물론 지금 한국이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빠질 수 있으니까 준비를 해야지”
“어떤 점이 나빠지는데요?”
“현재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전체가 너무 더워지고 있고,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고 있어”
“왜 더워지나요?”
“온실가스라는 것 때문이야. 온실이라고 들어봤지? 비닐이나 유리로 둘러싸인 집을 말하는 거야. 겨울에도 실내를 따뜻하게 할 수 있어 농사지을 때 많이 사용해. 온실을 영어로 Green house라고 하는데 기체들 중에서 어떤 기체들은 비닐이나 유리처럼 지구를 둘러쌓아서 지구 온도를 덥게 만들어. 그래서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를 Green house effect라고 한단다. 온실가스 중에 가장 많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이지."
“아 그래서 탄소발자국 별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려고 노력을 했군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산소를 소비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 이산화탄소 배출은 자연스러운 거지. 문제는 지난 1만여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는데 산업혁명 이후 급작스럽게 증가했다는 거야. 석유와 석탄을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지. 1970년을 기준으로 할 때 70%가 증가했어.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에 기여하는 비율은 55%로 간주되는데 만약 이런 식으로 경제성장을 해나가면 2030년에는 57%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온도가 많이 올라가나요?”
“어떤 사람들은 지난 100년간 우리 별의 평균온도가 0.74도 상승해서 별 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 그 사람들은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중 0.6도가 1960년 이후에 일어난 일이야. 이 추세라면 2040년도에는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어.”
“온도가 많이 올라가면 따뜻해져서 좋잖아요. 저는 추운 것보다 따뜻한 것이 좋은데”
“온난화가 생기면 기상이변이 일어난단다.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없는 생물들이 죽어가고 생물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돼. 현재 지표면 온도가 1.09도 상승해서 평균 해수면이 20센티 상승했어. 가라앉는 섬나라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지? ”
“네, 들어봤어요.”
“그리고 1.5도가 상승하게 되면 극한 고온이 지금보다 8.6배 횟수가 증가하고 지금보다 더한 가뭄, 한파, 침수,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상재해의 피해가 예상되지."
“오, 끔찍하군요. 지구별 주민들에게 호소해 보셨어요? ”
“수차례 이야기했었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착하게 생긴 북극곰을 보여주며 호소도 해보았어. ‘북극곰이 죽어간다’고 호소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눈물 흘리면서 지구온난화를 극복하자고 다짐했어. 하지만 이게 포르노와 같은 거더라고. 포르노를 계속 보면 사람들이 감각이 무뎌지는 것처럼 대중들이 온난화에 대한 자극적인 것들만 보다 보니까 무뎌지고 오히려 무력감만 생기는 거야. 이런 것을 지구 온난화 포르노 현상이라고 불러. 그래서 호소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세계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어”
“규제를 강화해서 사용량을 확 줄여야겠어요.”
어린 왕자는 탄소발자국 별에서와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산화탄소 배출을 확 줄이면 편하게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해. 이산화탄소가 우리를 편리하게 하는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들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생기는 것이라 이런 것들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어. 그래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지.”
어린 왕자는 탄소발자국 별의 사람들과 비슷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 그 길은 어떤 길인 가요?”
“지구별 전체가 연대해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협력하는 거야. 그리고 잘 사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는 거야. 내 생각에는 위기가 기회라고 우리가 이러한 흐름을 잘 이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사는 별도 될 수 있을 거야.”
“전 지구적 연대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1997년 우리 지구별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교토에 모여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로 약속했어. 이것을 ‘교토의정서’라고 하지. 이 의정서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별로 할당된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했어. 의무적으로 감축량을 정하고 지키기로 했지(감축 의무제도). 또 감축 실적을 투자국의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고(공동이행제도), 개발도상국처럼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이 부족한 나라에 투자하여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그 나라의 실적으로 인정해 국제 간 협력을 도모하기도 하였고(청정개발체제), 감축 의무가 있는 나라가 목표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나머지 배출량을 배출량이 더 필요한 나라와 사고팔 수 있게 해서(배출권 거래제) 시장 원리에 입각한 메커니즘을 도입해 감축을 유도하고 있어.”
어린 왕자는 감탄했다.
“와! 멋진데요, 이대로만 된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어요.”
“그렇지 이대로만 되었다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어. 미국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불참을 했어. 일본과 캐나다의 경우 오히려 배출량이 증가하기도 했지. 그래서 2012년 이후를 의논하기 위해 2007년 12월 ‘발리 행동계획’이라는 것을 채택했어. 다행히 이 계획에 의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50%를 감축하기로 합의했어.”
“이건 문제점이 없나요?”
“미국 상원은 개발도상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개발도상국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토해놓은 나라들이 선진국인데 이제 와서 개도국들이 감축을 요구하면 경제성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반발했어. 실제로 1900~2005년까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은 전체의 8%, 인도는 2%밖에 되지 않았거든.”
“이후로 잘 진행되고 있나요?”
“지구 온난화가 해결이 안 되고 점점 심각해지니까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 파리에서 파리협정이라는 것을 맺게 되었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어. 다이어트에 비유하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과거의 협정은 적정 몸무게를 위해 5년 후를 목표로 매년 5%의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 별로 살을 빼고 싶지 않은 사람이 현재는 100kg인데 적정 몸무게를 90kg 정도로 정해버리면 노력을 덜하게 될 거야. 적정 몸무게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니 의지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어. 파리협정은 현재 내 몸무게가 100kg인데 5년 후는 80kg으로 총 20kg을 줄이겠다고 목표를 설정한 것과 같아. 그리고 구체적 5년 다이어트 플랜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고. 이산화 탄소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넘어 1.5도를 제한을 목표로 구체적 제한 수치를 제시한 거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서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함께 이 목표를 실천하기로 했어"
“묙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지고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겠어요."
“파리 협정은 도쿄 의정서와 달리 주요국이 모두 참여하고 195개국이 이 협정에 참여해서 출발이 좋았어.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 국가인 미국이 이 협정에서의 탈퇴 선언을 해버려 타격을 받게 되었어. 다행히 정권이 바뀌면서 2021년 재가입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어린 왕자는 지구 온난화를 위한 출발이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파리 협정 이후에 구체적으로 진행된 과정이 궁금하네요."
“2018년 10월에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특별 보고가 이루어져. 무엇이든지 구체적 실천 계획이 있어야 하잖아. 어린 왕자 너도 너희 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표를 정했을 때, 구체적으로 뱀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처럼 말이야. 어찌 되었건, 그때 그 보고서 내용이 무엇이냐면 지구별 전체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그 가는 길과 방법을 제시하게 돼"
“탄소 중립? 탄소 중립이 뭔가요? 내린 소 탄소, 뭐 이런 건가요?”
“어린 왕자 너도 이제 아재 개그를 쓰는구나. 탄소는 먹으면 안 돼. 잘 구운 소만 먹어야지”
어린 왕자는 물끄러미 탄중 씨를 쳐다보았다.
“음… 이번 유머는 서로 비긴 것으로 하자. 진지모드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해. 2019년에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이때도 기후 위기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했어.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 해지는 것 같아."
“ 팬데믹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팬데믹은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지금 코로나가 전 세계에 유행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이것을 팬데믹이라고 하는 거야.”
“팬데믹과 지구 온난화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날씨가 더워진다고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실 지구 온난화와 감염병 유행은 관련이 깊어. 지구 온난화로 가뭄이 심해지면 삼림이 파괴되기도 하고 식량을 찾아 사람들이 삼림을 파괴하기도 해. 그러면 자주 만날 일이 없는 동물과 만나게 되지. 혹시 이번 코로나도 그렇고 예전에 에볼라 바이러스도 그렇고 박쥐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
“네, 들어봤어요.”
“박쥐는 우리와 같은 포유류인데 개체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서 오랜 기간 공생하는 바이러스가 많다고 해. 박쥐들은 동굴이나 삼림 깊숙한 곳에 사는데 인간이 밀림 깊숙이 들어가 자연을 파괴하고 접촉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었어. 결국 바이러스가 있는 박쥐가 인간이 키우는 가축을 물고 그 가축을 키우는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야. 인간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바이러 스니까 박쥐와 달리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게 되고 이게 전 세계에 퍼져나가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그럼 앞으로도 팬데믹이 또 올 수도 있겠네요?”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예측을 하더구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막아야 할 중요한 과제인 거지.”
“그런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나라도 아닌데 꼭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건가요?”
어린 왕자의 질문에 탄중 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우리도 책임이 많아.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가 11위이고, 누적으로는 배출량이 세계 13위야. OECD 기준으로 5위에 해당해. 북극곰이 죽어가는데 13번째로 책임을 져야 할 나라라는 거지.”
“생각보다 엄청난데요. 잘살게 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까지는 알겠는데요. 어디에서 그렇게 배출을 많이 하는 거예요?”
“글쎄, 어떤 분야에서 가장 배출할까?”
“아무래도 자동차 같은 것이 아닐까요? 타는 사람도 많이 늘었고, 자동차에 사용하는 연료가 경유나 휘발유니까 연소되면서 이산화 탄소 배출이 많을 것 같아요"
“자동차도 많이 배출하지. 2018년 기준 13% 정도가 수송이야. 그런데 가장 큰 것은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과 산업 분야야. 각 37%와 36%로 전체 7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내가 하는 일이 이 상황을 개선하려는 구체적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일이야”
“한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요. 우리 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별에도 알려주고 싶어요"
탄중 씨는 안경을 고쳐 쓰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치 강의를 시작하는 교수님 같은 자세여서 어린 왕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성과는 다음과 같아.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는데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18년 이후 산업 부분에서 온실가스가 감소세로 돌아섰어. 그리고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렸어. 현재는 전체 에너지 생산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석탄 같은 화석연료에서 많이 배출되는 거라 34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30기를 폐지하고 상대적으로 이산화 탄소 배출이 적은 LNG로 발전소를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 결과 2018년 대비 19년에 온실가스가 3.9% 줄었고, 20년에는 무려 7.3%가 줄었어"
“2020년은 코로나 상황이어서 경제도 안 좋아지고 자동차 운행도 적고 해서 확 줄어든 것 아닌가요?”
탄중 씨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런 면도 있지. 하하. 그래도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 중요한 거야.”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다른 나라의 탄소중립 계획에 발맞춰 우리도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2022년에는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선언했어. 세계 지구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목적도 있고, 전 세계에 환경 관련 무역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
“큰 그림을 그린 것이네요. 그 큰 그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야. 발전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56~7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이고, 2050년에 대부분의 차를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바꾸는 것이 목표야. 재활용도 90%까지 늘려나가고 산업부문에 스마트 공정을 도입하고, 에너지 절약 건축물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하겠어"
어린 왕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씀을 듣고 보니 과거 이명박 대통령 때 주장했던 녹색성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녹색성장은 녹색기술을 이용해서 경제 성장을 이끌자는 것이었잖아요. 그때도 강조했던 것이 전기차, 전기의 효율적 이용, 재생에너지 활용, 그리고 뭐였지? LED 기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건물이나 도시 건설 같은 거였던 같은데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책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아니야. 특히 지구 환경 문제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국제사회에서 책임지고 협력해서 해결할 과제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과거보다 1.5도 이상으로 높이지 않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은 차이라 할 수 있어. 그리고 과거 정부는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했는데 우리는 원자력 발전은 폐기하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어. 읍참마속의 결심을 하고 에너지 전환에 대한 다짐을 한 것이지.”
“원자력 발전 문제는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녹색성장을 주장할 때는 단순히 환경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성장을 함께 하는 것도 목표로 삼던데요. 지금 계획에도 그런 것이 포함되어 있나요?”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풍요로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어. 우리는 이것을 그린 뉴딜이라고 불러"
‘그린? 녹색? 비슷한 것 같은데’
어린 왕자는 그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궁금한 것은 그린 뉴딜이 어떤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그린 뉴딜에 대해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뉴딜이라는 것이 20세기 초 미국 경제 침체기에 경제 부흥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말하는 것이야. 그것은 알고 있지? 그런데 뉴딜 정책을 대규모 공공사업의 진행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 뉴딜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기회와 부의 불균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도 있었어. 그래서 우리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어. 다만 미국의 뉴딜이 테네시강 유역 같은 산업 개발이 중심이라면 우리는 녹색 개발이 중심인 거지"
“너무 많이 이야기해주면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중요한 것만 정리해서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린 뉴딜은 크게 ‘탄소 중립 기반 구축’,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녹색 산업뿐 아니라 전반적 대혁신을 추구하는 거야.”
“각 영역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인 무엇인가요?”
“ '탄소 중립 추진 기반 구축'은 4.8조 원을 투자해서 제도 정비 및 전문인력 확충, 순환경제 활성화, 전 국민의 탄소중립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어.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은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그린 스마트 스쿨 설치, 국토의 생태계 복원과 도시 숲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
“나머지 두 개는요?
“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 2025년까지 3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야. 새어나가는 에너지가 없도록 지능형 에너지 관리망을 만들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지원을 할 예정이야. 마지막으로 ‘녹색산업혁명 생태계 구축'을 위해 10조 원 정도를 투자할 예정이야. 녹색 기업 및 산업을 지원하고 관련된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 적극적 금융 지원을 하려고 해."
“엄청나네요”
어린 왕자는 감탄했다. 탄중 씨라면 어린 왕자의 별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내 별에 활화산이 꺼져서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대책을 마련해주시면 안 돼요?”
하지만 탄중 씨는 어린 왕자의 별까지 미처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음. 너희 별을 살리려면 계획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나는 시간이 없단다. 지금 우리 계획도 완성되지 못했거든. 미안하지만 다른 별에서 답을 찾아보렴.”
어린 왕자가 찾아간 별의 사람은 고뇌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의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 탄식을 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아저씨 뭐하세요?”
“고민하고 있단다.”
“무엇을 고민하세요.”
“너무 더워져서 문제야. 그것을 고민하고 있어.”
“그거라면 걱정할 것 없어요. 제가 탄중 씨의 별을 다녀왔는데요. 지구별의 계획대로 하면 되겠더라고요”
가이아 별의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왜요? 왜 아니에요?”
“나도 탄중 씨 별을 찾아가 이야기 들었는데 깊이 고민해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 뭐가 아니에요?”
“넌 그 별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량을 줄이고 탄소량을 줄이는 각종 기술 및 상품을 경제의 성장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기후 변화가 심각하고 이것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그 대책들은 되짚어 볼 것이 많아.”
“어떤 점들을 되짚어 보아야 하나요?”
“탄중 씨는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동력으로 그린 뉴딜을 통해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지?”
“네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지구별의 많은 나라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에너지 사용, 산업분야, 생활의 대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린 뉴딜도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하지만 진지한 성찰이 없다고 생각해. 수천 년을 운행하는 우주선을 예를 들어볼게. 우주선에 식량이 가득 실려 있는데 사람들이 그 식량들을 소비하고 있는 거야. 우주선은 외부에서 식량을 더 공급할 수는 없는 거잖아. 외부에서 식량이 더 공급되지 않는 이상 식량은 줄어들고 쓰레기는 늘어나게 되어있어. 그것이 우주선의 운명이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
“최대한 아껴 먹는 것이 최선이겠네요.”
“그렇지? 만약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이 먹어버리면, 나중에 태어난 사람은 적게 먹어야만 해. 그러니까 도덕적인 우주인이라면 자신의 욕망만 채워서는 안 되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우주선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예요?”
“지구별이 하나의 우주선이라고 상상해봐. 지구 밖에서 자원을 공급받을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지구 안에 있는 자원을 사용해서 살아가게 되어 있잖아. 돌이나 던져서 손으로 사냥하던 구석기인들이 창을 만들게 되면 지구 자원 중 촉으로 쓰이는 청동과 손잡이인 나무의 소비량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신석기시대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생기면 철의 소비량이 늘어나게 돼. 마찬가지로 산업혁명 이후에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자동차를 타게 되면서 되면서 석유와 석탄 그리고 각종 금속의 재료 등을 소비하게 되었지. 문제는 지난 인류 전체의 역사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는 거야. 지구 온난화도 그런 과정에서 생겨나게 된 것이고 말이야. 지구별의 선진국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고 더 편리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버리지는 않은 것 같아. 아담 스미스라는 사람이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국가를 부자로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하지만 국가가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지구의 자원을 사용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인데,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문제가 많다고 봐.”
“그렇군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해결책은 나도 잘 모르겠어. 에콜로지카 별이나 지속가능성 장별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두 별은 어떤 곳인가요?”
“지속가능성 장별은 탄중 별의 어머니 별이야. 에콜로지카 별은 생태 철학자의 별이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지속가능성 장별은 이곳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데 탄중 씨 별의 미래 성장 아이디어의 출발은 지속가능성 장별에 있다고 할 수 있어.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것은 후손의 앞날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 사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회야. 이것은 각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자연 및 경제 유산을 손상시킴이 없이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임을 요체로 하고 있어. 또 이 개념에는 사회적 형평성의 개념도 들어 있지. 그린 뉴딜은 그 하위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지”
“그렇다면 탄중 씨 별에서는 지속가능 성장 중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군요."
"응.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
“에콜로지카 별은 어떤가요?”
“그곳은 여기에서 가까운 곳이니까 직접 가보는 것이 좋겠다.”
어린 왕자가 만난 고르라는 사람은 현자(賢者)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기품이 넘쳐 마치 간디를 보는 것 같았다. 고르는 웃는 얼굴로 어린 왕자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어린 왕자야. 먼 길을 여행했구나. 무엇을 타고 여행을 했니?”
“지나가는 철새를 타고 여행을 했어요?”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 자동차를 싫어하세요?”
“자동차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자동차로 인해 인간관계들이 근본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도구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도시에 인구가 많아지면 도시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게 돼. 원래대로라면 어느 정도 커지다 말아야 하는 것이지.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이 있으니까 도시 주변으로 도로를 확장하고 주거지를 확대하는 정책들을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어. 웃긴 것은 도로가 확장돼서 편해지는 것이 아니고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도시가 커지면서 조금도 편리해지지 않는다는 거야. 조금 있으면 도로가 꽉 막히기만 하는 거지.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지 못해. 삶의 많은 시간을 꽉 막힌 도로의 자동차에서 지내야 하지. 작은 공동체의 아름답과 협조적인 삶은 파괴되고 도시만 계속 확장되어 가는 거야. ”
“자동차가 그런 문제들이 있군요. 저는 제 별의 활화산이 꺼져서 추워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러 왔어요. 여기에 오기 전에 세 개의 별을 다녀갔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세 번째 별의 아저씨가 여기에 와서 답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내가 답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 답이 너한테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네? 저한테요”
“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가 한 말이잖아?”
“네 그렇지요.”
“성장이란 것은 무엇일까?”
“성장이란 것이 더 잘살게 되는 것 아닐까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더 많이 생활의 편의를 누리게 되어 행복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 하지만 그런 성장의 이면에는 반드시 자원의 소모가 따르게 되는 거지. 1%의 국민총생산을 올리기 위해서는 2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린 뉴딜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그 에너지의 양을 조금 줄이는 거지 그것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거든.”
“하지만 성장을 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성장해야 편리하고 잘 산다는 말은 맞는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자동차 한 대인 사람이 두 대가 될 때까지? 아니면 먹고 싶은 것을 원 없이 먹을 때까지? 욕망은 끝이 없는 거야. 우리가 삶에서 그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과도한 소비로 지구는 끝장나는 거야."
“이 정도 풍요로우면 됐다 할만한 객관적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시간당 벌 수 있는 돈이 중요한 기준이야. 8시간보다 9시간이 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니까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이 멋진 삶이라고 생각하기 쉬워. 하지만 자본주의 이전에는 기준에 대한 생각이 달랐어. ‘내가 필요한 것이 쌀이다. 쌀을 사려면 5만 원이 필요하다. 5만 원을 벌려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가?’ 자신이 필요한 것만큼만 돈을 벌고 시간을 쓰고 소비하는 것을 강조했었어. 지금은 일단 많이 벌고 쓸 수 있을 만큼 쓰자는 것이 경제생활의 기본원리잖아? 만약 우리가 지구를 살리기를 원하고 그래서 적절하게 소비할 필요가 있다면 필요한 것만큼만 생산하고 소유하고 노동하는 자율적 자기 제한의 원리가 필요해. 개인의 삶에서 해야만 하는 일은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자유의 영역을 ‘최대로 확장하기 위해서’ 성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지구를 살릴 수 있어.”
어린 왕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화산을 살릴 궁리만 하고 있었는데 하나의 남은 화산만 가지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나의 화산만으로 충분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왕자는 우울한 표정으로 그 별을 떠났다.
“너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각의 사례가 지구별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같구나”
“지구별은 인간의 욕심이 과해져서 환경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네 별을 살리기 위한 어떤 방법을 찾았니?”
“잘 모르겠어요. 상황을 그대로 두자니 너무 추워서 꽃이 불만이고요. 그렇다고 연료를 사용하자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하기에는 내 별은 너무 작아요.”
“각 별이 다른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모든 별이 동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럼 해결책 없이 이대로 돌아갈 거니?”
“네. 일단 돌아가야죠. 꽃이 원하는 것은 따뜻한 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의 돌봄을 필요로 하잖아요. 꽃과 함께 고민해봐야겠어요.”
“그래. 어린 왕자야. 힘내. 나도 용기를 내서 나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이 비행기를 꼭 고쳐야겠어.”
나는 늦은 밤 자신의 별을 바라보는 어린 왕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린 왕자는 더 이상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다부진 몸집을 가진,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청년이 되어 있었다. 우리 지구별도 그렇다. 산업 혁명 이후 어린아이처럼 욕심 가득한 생활을 하다가 지구 온난화를 겪게 되었다. 그간의 경험과 고통이 우리를 더 성숙하게 했을까? 우리는 협력하여 이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이웃들을 동료 인간으로 대하고 서로에게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는 연민에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