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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Aug 28. 2023

나의 그

#01. G90을 타는 운전기사


시작하며 하는 말,
'일찍 실패해서 더 잘 살아가요'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서 1위를 하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실패'를 이야기했는데 사람들은 '희망'을 이야기했고, 거기서 오히려 제 자신이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나의 자랑할 것 없는 삶과 특별할 것 없는 생각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두 번째 이야기 격인 'G90을 타는 운전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일찍 실패해서 더 잘 살아가요'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도 성실히 살아가는 '나의 그'는 지금은 누군가의 삶에 보조하는 인생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에서 만큼은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으로 삼고 싶어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그가 주인공인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설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부디 '읽을 만한 글'이 되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는 풍성한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강인한 사람이다. 인내심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한 사람이고 이제 제법 나이가 들은 축에 속하지만 청년의 발랄함과 유쾌함을 지닌 사람이다.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넉넉한 웃음이 있고 겨우내 두꺼운 옷으로 무겁던 어깨가 가벼워지는 봄날의 따뜻함이 있다. 그는 화가 나는 상황에도 감정을 함부로 격양시키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한다. 상대방이 화를 다 토해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말하는 순서를 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양쪽 모두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기에 화를 내기로 굳게 결심한 자와 마주 하더라도 그는 마치 성난 사자를 조련하듯 그만의 부드러운 대화법(혹은 조련법일지도)으로 상대의 화를 누그러뜨린다. 결국 그 결투는 싱거운 유머와 함께 부상자 없이 마무리되곤 한다.


나는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대체적으로 지금은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조금의 평가를 받고 있다. 생각건대 그것은 많은 부분 그에게서 얻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를 매우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나 나는 정말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풍성한 그의 높은 차원의 사랑은 날 서고 예민한 나를 좀 더 말랑한 사람, 기다릴 줄 아는 사람, 너그러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충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은 세상을 좀 더 부드럽게 바라보는 모양이다. 나의 세계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렇기에 나는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누군가를 존경하기보다 나보다 4살 많은 그를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 나는 그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와 매일 눈을 뜨고 감는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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