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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06. 2024

3. 수억 원짜리 쓰레기

남의 집을 공짜로 사는 방법

근심으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어머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편이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사위임을 밝히고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본론을 얘기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남편은 이런 종류의(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람을 다룰 줄 아는 기술이 있다.      


이에 대응해 전화 너머로 그는 ‘쓰레기’라는 말을 삼가기를 요청했고 ‘수억은 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남편은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가 수억은 갈 것이라고 말한 물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너무나 확연한 쓰레기였다. 고철, 비닐, 일반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쓰레기.      


남편은 예상치 못한 ‘수억 원짜리 쓰레기’에 당황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강하게 압박하기도, 구슬리기도 하며 두 달 후인 8월 30일까지 치우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 기한이 지나면 집주인이 치워도 딴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8월 초가 되어 그가 나타났다. 어머니는 그가 나타났다며 기뻐했다. 열렬히 사랑하던 이와 재회하는 것처럼.


전화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나도 불안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렇게 인간 말종은 아니었군,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짐을 어떻게 치울 거냐고 물었고 그는 뒷 동네에 자기 땅이 있다, 며칠에 걸쳐 그곳으로 옮기겠노라, 대답했다. 그녀는 미심쩍었다. 그의 행색을 보니 급히 치우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     


그 사람이 뒷동네에 나타나자 뒷동네 이장을 비롯하여 몇몇과 다툼이 일어났다. 그는 그곳에도 자신의 짐들을 잔뜩 쌓아놓았던 것이다. 우리 집과 같이 어느 집을 지정해 놓은 것인지, 공터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외지인이 나타나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사라진 것은 조용한 시골마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뒷동네 이장은 그 사람이 나타나자 쓰레기들을 당장 치우라고 난리를 쳤고 그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도 일어났다.


쓰레기의 주인인 그는 이장을 폭행죄로 고소했다. 경찰이 출동했다. 얘기를 들은 경찰은 두 사람을 우선 진정시켰고, 그는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시골에서는 모두 아는 사람이므로 우리는 벌어진 일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경과상황을 신속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뒷 동네 이장은 면사무소를 찾아 사건에 대해 의논했다.(면사무소는 어디까지 역할을 하는 것일까?)


면사무소 직원은 폐기물과 에 문의해서 저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이로서 뒷 동네의 자기 땅에 옮기겠다는 그의 말은 실행 불가능한 일임이 밝혀졌다. 자신의 땅도 없었고 이제 옮길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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