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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08. 2024

5. 태양과 신사

남의 집을 공짜로 사는 방법

‘다그침’이 효과를 낼 수 없다면 우리는 ‘태양과 신사’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강제로 옷을 벗기기보다 강렬한 태양빛으로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방법이다.


어머니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그럴듯한 스토리를 짜내었다.      


우리 아들이 사업을 하다 망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불쌍한 아들을 위해 집을 내어주어야 하니 제발 짐을 치워달라는 것.


여기에 그녀는 연기력을 더 발휘하여 눈물을 짜내며 통곡을 했다. 그의 마음이 조금은 움직였는지 아들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아들을 위해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다고. 인생을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주겠다고.        


면사무소 폐기물 과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번 뒷동네 이장과의 고소사건에 이어 집안의 방대한 쓰레기에 대해 문의한 것에 대한 답이 온 것이다. 우선 법적 분쟁이 될 만한 무법자의 퇴거 관련 내용은 별개로 하고, 일단 쓰레기 처리에 관련해서라면 적당한 폐기물 업체를 소개해주겠으니 폐기물업체를 통해 물건들을 치우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소개해준 폐기물 업체에 연락을 했고, 업체가 와서 치우는 비용을 계산해 주었다. 치우는 비용은 대략 200만 원가량이 나왔다. 보증금으로 100만 원을 가지고 있으니 100만 원이 더 필요한 것이다. 무법자는 금액을 듣고는 치울 돈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시간을 더 주면 조금씩 치우겠다고 약속했다.

     

8월 말까지 치우기로 한 약속은 10월 중순까지 이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이 이사 오겠다는 얘기에 10월 말까지 방안의 물건들만은 치워 주겠다고 했다.


“마당에 있는 물건은 치울 데가 없으니 우선 그대로 두고 방안에 아들만 들어와 살면 어때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듯 말했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고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무슨 소리예요?! 어떻게 이런 곳에 들어와 삽니까? 우리 아들은 절대로 이런 곳에서 못 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모두 치워주세요.”


그녀는 우리와 다른 차원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쉽게 분노하고 그 분노에 극심한 타격을 입는 것에 반해 그녀는 몇 번을 더 인내하고 그 분노를 다스리는 것에 능숙했다.      


그녀는 여전히 ‘태양과 신사’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고 그 효과는 꽤 좋았다. 뒷동네사람들과 고소와 대치중인 상황에 반해 우리에게는 그나마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와서 그의 용달차에 그 짐들을 조금씩 실어 날랐다.


그녀는 ‘마더 테레사’라도 된 듯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온건함과 이해심으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치우러 온 그에게 간식을 내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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