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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10. 2024

7. 결심

남의 집을 공짜로 사는 방법

나는 심각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강탈당한 느낌, 바보가 된 듯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나름의 선을 베풀어 4년을 거저 살게 한 것에 이어 6개월이나 짐을 방치할 수 있게 했다.

      

역시 그렇다. 세상에서 자비나 선을 베푸는 것은 큰 독이 될 수 있다. 상대는 그 앞에 있는 자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긴장은 사라지고 그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세상에서의 법칙, 혹은 그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것은 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것들이다. 마음 한구석의 심긴 불신의 씨앗은 시시때때로 적합한 양분을 얻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났다. 가꾸고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그 양분 자체가 워낙 풍성하고 고영양인 탓이다.


나이가 더 적었을 때에는 그러한 내 안의 어린 묘목들은 세상에 대한 냉담함, 또는 차가운 시선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나이가 차곡차곡 쌓임에 따라 그 묘목들은 풍성한 숲을 이루었고 그 의심들이 진리라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 차가운 시선은 나의 몸이 젊은 에너지를 잃음에 따라 나의 기세보다 더 강력해졌고 나는 세상이 두렵고 무서워졌다. 대부분의 일에서 비교적 자신만만했던 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진 그 자리를 무력감과 우울함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집을 차지한 그 무법자처럼.       


어머니는 계약이 끝나고 6개월간 한 번도 집 안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다. 집은 그의 물건으로 뒤덮여 있었고, 너무 많은 물건이 쌓여있었던 터라 집이 여기저기 망가지기 시작했다. 벽지는 벗겨졌고 여기저기 곰팡이도 피어나고 있었다.

      

그도 어디론가 떠나 있었다. 그녀는 언제까지 그 무법자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폐가가 되어 가는 집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지, 혼란은 극에 달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짐을 그대로 놔두고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아니다. 그냥 치워버려라, 양단의 의견들이 분분했다. 


그녀는 결단을 해야 했다. 우선 안방에 있는 물건을 마당으로 꺼내놓기로 하였다. 그 양도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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