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거미줄에 걸린 나비
남의 집을 공짜로 사는 방법
그가 온다는 11월 10일이 되었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긴장하고 그를 기다렸지만 해가 지도록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날짜를 미뤄 12일 일요일에 오겠다고 했다. 12일 일요일이 되었다.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13일 아침이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근 전, 이른 시간에 집에 들렀다.
그가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남의 물건을 건드렸으니 고소를 하겠습니다. 고소를 원치 않으시면 200만 원을 주세요. 그러면 합의하겠습니다.”
그녀는 눈에 불이 나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는 이것을 노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6개월이 넘도록 질질 끈 이유가 바로 내가 자기 짐을 건드리기만을 기다렸던 것이구나. 그래 내가 당하고야 말았어!’
“고소라니? 그러면 당신이 내 집을 망가뜨려 놓은 것은 어떻게 할 건데? 누구는 가만히 있을 줄 알아? 해 볼 테면 어디 한번 해봐. 맞고소며 소송이며 모든 것으로 대응해 주겠어!
그녀는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렸다.
“죽은 애들 아빠가 생각나서 측은한 마음에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0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돈으로 4년간을 편히 살도록, 그리 생각을 해주었는데 당신이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한테 돌아온 것이 고소라니?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냐고?!
그는 마치 귀를 닫기라도 한 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분한 감정을 추수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출근을 해야 했기에 어쩔 도리 없이 그대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녀는 출근을 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선 고소라도 막아보는 게 좋겠다, 지금껏 잘 참아 왔는데 괜히 일을 크게 키울 것은 없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을 직원을 여럿 두고 운영해 본 적도 있고, 여러 장사를 하며 살아왔다. 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해왔기에 다시 그녀가 잘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잘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에 알맞은 대응을 하는 것.
이것은 밑반찬이 풍성한 덕분에 5명이 와서 2~3인용 음식을 시키는 사람을 참아내는 것, 매운 것이 특징인 음식을 싱겁게 조리해 달라는 손님을 대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 본다. 그리고 퇴근길에 막걸리와 직장에서 자신 앞으로 나온 음식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