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집 안에 있었다.
“내 거 안 먹고 가져온 거예요. 아저씨 때문에 입맛도 없고.. 막걸리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들어요.”
그는 막걸리에 관심을 보이며 시선을 그리로 보냈다.
“우리 아들은 사업이 실패해서 병을 얻었어요. 엄마 옆으로 와서 다시 시작하려 하는데 아저씨 때문에 못 오고 있어요. 지금은 우선 누나 집에 가 있는데.. 아저씨, 이러지 마시고 제발 좋게, 좋게 마무리합시다.”
그녀는 막걸리를 마셔 풀어지고 있는 그의 마음 한구석의 느슨해진 공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가족이라곤 없어 보이는 외로운 홀아비의 모습이다. 그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자신의 식당에도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홀로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먹는 단골이 몇몇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항상 살갑게 맞아주었고 바쁘지 않을 때면 그들과 말동무를 해주었다. 홀로 오는 그들에게 추가로 반찬을 더 내어 주었고, 어쩌다 식당에 먹을 것이 있으면 자연스레 접시에 담아내어주기도 하였다.
그녀의 식당에는 커다란 티브이가 걸려 있었고 채널은 항상 뉴스채널이나 연속극이 틀어져 있었다. 뉴스가 나오면 함께 혀를 차며 정치인들 욕을 했다. 연속극의 막장 등장인물이 나오면 같이 드라마에 몰입했고 그 덕에 식사의 끝은 연속극의 엔딩에 맞춰졌다.
그들은 어쩌면 백반보다 그녀와 일상의 몇 마디를 나누는 것, 함께 티브이를 보고 세상일에 한마디 내뱉어보는 것을 더 즐겼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건 그녀는 자신이 잘하는 바로 그 기술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는 대꾸하지 않고 느긋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반찬을 먹었다. 막걸리 한 모금, 반찬 한 젓가락, 그 순서를 반복하며 막걸리를 비워내고 있었다.
그녀는 막걸리의 마지막잔이 올 때까지 계속 얘기를 하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가 마지막 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