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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13. 2024

10. 법무사 사무실

남의 집을 공짜로 사는 방법

그녀는 어제 막걸리로 그의 마음을 조금 풀어놓은 것과 별개로 다음날 법원에 가서 명도소송과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았다. 명도소송을 하려면 법무사사무소에서 소장을 쓰든,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든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는 중이다.     

 

그녀는 60년 이상을 살아오며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릴 일이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찾는 법무사 사무실이 있었다. 그 법무사 사무실은 법에 대해 일절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그런 사무실에 들어가면 저절로 움츠러드는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그런 탓에 항상 대기인원이 많았고 오늘도 그랬다. 그녀는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때 손님 한 명 없이 한산해 보이는 법무사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고 지체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여니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법무사와 바로 눈이 마주쳤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그에게 그간의 일을 요약하여 말하였다. 얘기가 끝나자 더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얼마에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냐고 묻는다.


“150만 원이면 된다고 들었어요.”


그녀는 그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예상했으나 경험에서 오는 익숙함으로 대폭 줄여서 얘기했다.


“우선 계약금 5만 원만 거세요. 그럼 그 선에서 소송을 진행시켜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현금이 없습니다.”


“계좌이체가 있잖아요.”


“애들과 상의도 해야 하고, 저도 이렇게 바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으니 오늘은 계약금을 낼 수 없어요. 우선 집에 가서 생각을 좀 더 해보고 올게요.”


그러자 법무사는 얘기했다.


“어찌 됐건 법적으로는 6개월~최소 2개월 전에 임대차계약 해지의 내용증명을 보내셨어야 합니다.”  

   

그녀는 2년의 임대차계약 후 다음 2년을 연장하는 것에는 임차인과 동의하였다. 그런데 4년 차 후에는 계약 종료 전에 그와 전화통화를 통해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한 것에 합의하였다.


그것을 믿고 임대차 계약 종료의 요식행위, 즉 문자로 통지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통화로 서로 합의했기에 시간이 되면(일반인이 그러하듯이) 나갈 줄 알았던 것이다. 그 통화는 녹음을 하지 않은 이상 계약해지통지의 내용으로 입증할 수 없기에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 연장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녀는 험악한 세월을 보내며 나름대로 세상 이치에 밝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녀 셋을 혼자 힘으로 키워내며 여러 종류의 장사를 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 번의 임대차계약을 맺고, 종료를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임대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이라든지 문자로 해지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그저 임대차 계약 종료 전에 임대인과 통화를 통해 서로 의사표현을 하고 때가 되면 정리를 하고 나가는 것, 그뿐이었다.


이것은 자녀들의 월세 집을 얻어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건물주나 임대인인 지인도 많았지만 내용증명으로 임대차계약을 종료했다는 내용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법무사 사무실을 나와 바로 집으로 향했다. 어제 아침 고소 운운하며 돈을 요구했던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우선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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