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10월 말일이 되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짐이 아직도 한 가득이다. 그는 치우지 않았다.
“아니, 10월 말일까지 치워준다고 했으면서 왜 아직 그대로죠?”
그녀는 언성을 높여 말했다.
“좀 일이 많았어요. 방안에 있는 물건은 아들이 들어올 수 있게 우선 옆의 창고에 넣을게요. 그리고..”
그는 잠시 사이를 두고 얘기했다.
“나는 창고 옆 작은 방에 전기장판 하나 켜고 지내면 어떨까요?”
그녀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됐다.
“무슨 소리예요?! 옆에 같이 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맘대로 하세요. 법상 나를 이대로 몰아낼 수는 없어요.”
그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고 오히려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여러 차례 경찰서에 가서 읍소를 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이것은 고소의 문제가 아니니 변호사를 사라는 얘기뿐이었다. 그녀는 귀찮은 듯 대꾸하는 경찰을 대하곤 그대로 무기력해 돌아왔다. 소송을 할 경우 몇 백만 원의 소송비용은 물론이고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그녀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4월 11일로 종료된 계약은 10월 30일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는 방안의 물건이 치워지는 데로 방문을 열쇠로 잠그기로 했다. 마당에도 대문이 없었으나 대문을 설치하여 걸어 잠글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기로 했다. 물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신중히 사람을 골라서.
그는 2주 후인 11월 10일에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제는 그때 와서 ‘치우겠다’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