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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06. 2024

학원

아이들과 남은 시간 D-9년

전학수속도 마쳤으니 이제 아이들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이곳은 12,000여 세대가 들어서는 신도시다. 여러 브랜드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와중에 우리 아파트는 초반 완공된 아파트로 우리 아파트를 시작으로 입주가 속속 시작되고 있었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변에 빌딩들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은 공실이 많다. 나는 학원이 들어서기를 기다리며 매일 빌딩들의 간판을 주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처음 미술학원이 생겼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상담을 받기 위해 미술학원으로 향한다. 새 학원이라 인테리어가 깔끔했고 다양한 미술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젊은 미모의 원장님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고 한꺼번에 두 명이 와서 반가운 눈치다. 우리는 언제나 x2 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환영을 받는다. 물론 내가 돈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말이다.      


원장님은 상담하는 동안 쌍둥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기다릴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다. 종이와 색연필만 쥐어 주면 아이들의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얼마간 의자에 붙일 수가 있다. 그 사이 나는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원비는 일주일에 50분 수업으로 주 2회에 16만 원. 예전에 다니는 곳보다 비싸다.


비싼 원비도 마음에 걸렸지만 그보다는 커리큘럼이 우리 아이들보다는 어린아이들에 초점을 둔 창의미술이었다. 상담을 하러 온 아이들 나이대가 모두 유치원생이고 우리 아이들처럼 큰 아이들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아파트에 유독 젊은 부부들이 많다.


“아이가 전에 다니는 학원에서 공모전이나 미술대회 참석을 자주 했는데 여기도 공모전에 나가나요?”


나는 커리큘럼과 원비 등을 물어보고 궁금했던 공모전에 대해 물었다.


“저는 공모전에는 나갈 생각이 없어요. 아이들이 대회에 나가서 경쟁하기 위해 미술을 하기보다 자유로운 창의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공모전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해요.”


“아.. 네.”


이곳은 아닌 것 같다. 서준이가 미술학원에 다니게 된 것은 처음으로 학교에서 상을 타오고 나서다. 그전까지는 매일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리고 했지만 그것이 재능인지 몰랐기에 미술학원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1학년 때 전교생 가운데 상을 타왔고 미술학원에 보내자  공모전에서도 계속 상을 타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서준이는 자신이 미술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미술에 더욱 열의를 가졌다. 


학생이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공모전이 있다면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동기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한 주제에 대해 더욱 집중하여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한다.      


더 이야기할 것 없이 마무리하고 나가려는데 눈치 없게 아이들은 그림을 마저 그리고 가겠다고 한다. 겨우 달래어 문을 나섰다. 이번에는 아파트 바로 앞에 대형 빌딩에 위치한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선생님은 역시나 젊은 미모의 원장님이다. 우선 미모는 합격이다. 이번 학원은 이전 학원보다 조금 더 고학년이 다니기에 적당해 보인다. 성인 수업도 있다. 


나도 언젠가는 미술을 한번 배워보고 싶기 때문에 성인수업이라는 문구에 눈이 잠시 머물렀다. 서준이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가격은 이전 학원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수업으로 16만 원이다. 더 알아보려 해도 더 이상 알아볼 미술 학원이 아직 없다. 마음속으로 이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어느 정도 결심을 한다.         


바로 맞은편에 피아노 학원이 있어서 민준이의 피아노 상담도 한다. 이곳 역시 우리가 거의 처음 학생. 민준이는 일주일에 3번 수업으로 16만 원이다. 모두 16만 원으로 대동단결한 듯하다. 아이들의 학원이 정해졌다. 아이들은 하교 후 신호등만 건너 학원에 다녀오면 된다. 학원은 건물 7층에 위치했는데 마주 보고 있어서 혼자 다니는 것 같지 않다. 같은 시간에 문만 다른 곳을 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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