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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Oct 04. 2024

이사, 전학 첫날, 두 번의 전학

아이들과 남은 시간 D-9년

“얘들아 어서 준비하자. 이러다 학교 늦겠다. 전학 수속도 해야 하니 서둘러야 해.”

나는 식탁을 치우며 얘기했다.     


다그쳐도 아이들은 서두를 생각이 없다. 여름 방학 동안 느긋한 아침을 보내던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한꺼번에 맞이한 전학 첫날과 개학 첫날의 분주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 한 것 같은 방학과 현실이 아닐 것 같았던 전학이 바로 오늘이다.


식탁을 행주로 닦고 스마트폰으로 전학 갈 학교를 검색해 보니 차로 7분 거리였다. 아직 시간은 여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여유를 부렸다가는 금세 분초를 다투는 촉박한 시간이 되기 마련이다. 시간은 여유를 부리는 순간부터 부족해진다. 특히 우리 쌍둥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도 욕실에서 양치를 하면서 서로 웃긴 얘기를 하느라 깔깔거리고 있다. 분명히 양치할 때 만이라도 얘기를 멈추고 양치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했건만.      


나는 최대한 깔끔한 옷을 입고 학교로 향했다. 나는 한 번도 전학이라는 것을 가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입학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다가 그대로 졸업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고 한 집에 살았던 탓이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오늘이 전학의 첫 경험이다.      


정말 7분이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등교하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계속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쌍둥이는 그때까지 평소와 같아 보였는데 낯선 친구들의 등교행렬을 보고는 살짝 긴장되어 보인다. 나는 교무실을 찾아 전학을 왔다고 얘기했다. 담당 선생님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 어서 오세요. 이 아이들인가요? 어머 쌍둥이가 너무 귀엽네요.”


선생님은 아이들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시고 우리를 교무실 한쪽의 커다란 원탁 테이블로 안내했다. 나와 쌍둥이, 그리고 선생님은 원탁에 동그랗게 앉았다. 선생님은 서류를 하나 건네면서 주소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나는 밝게 웃으며 **아파트라고 말하였다. 선생님께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셨다.  


“**아파트는 우리 학교 배정이 아닌데요?”

“네?”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커졌고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방에서 애들 배정학교가 적혀 있는 종이를 꺼내어 확인하고는 눈이 한번 더 커졌다. 이보다 더 커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가장 가까운 학교인 00 학교 배정인 줄 알았는데 배정학교는 차로 20분은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심지어 마을이름을 딴 학교이름 또한 다른 동네였다. 나는 깜짝 놀라기도 했고, 전학 가는 학교를 실수로 찾아온 것에 대한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아.. 이 학교가 아니었군요. 제가 착각을 했네요.”

옆에 있던 쌍둥이들 또한 동시에 미어캣처럼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나만큼 눈이 커졌다.


“얘들아 이 학교가 아니래. 엄마가 학교를 잘못 찾아왔네. 다른 학교로 가야겠어.”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들도 있어서 더이상 주의를 끌지 않도록 나는 아이들 손을 잡고 신속히 교무실을 나왔다.


“엄마~?”


민준이 특유의 낮은음을 눌러 부르는 ‘엄마’ 소리다. 내가 뭔가를 잘 못 했을 때 민준이는 꼭 저렇게 부른다.

나는 넋이 조금 나가 있다가 이내 정신이 돌아왔고, 그때부터는 나사가 약간 풀린 사람처럼  헛웃음이 계속 나왔다. 차를 타자 우리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진짜 전학 갈 학교로 가야 한다. 그 학교는 근처의 초등학교 2곳을 지나 20분을 더 가야 하는 곳에 위치했다. 큰 건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논과 밭들이 보였다.

아니 이렇게 먼 곳으로 배정했단 말이야?, 원참 이해가 안 가네.


온통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학교 배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사 간 아파트는 2,000세대 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이고 입주가 시작되자 근교의 학교는 이 많은 학생들이 감당이 안되어 학교 포화도가 떨어지는 학교에 배정을 한 모양이다. 다행히 지금 아파트 앞에 새 초등학교가 지어지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전학을 오자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해봐도 역시 지금 가는 길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자연을 지나 우리는 드디어 학교에 도착했다.


“얘들아, 이번엔 진짜 학교에 도착했다.”


우리는 한번 소동을 겪은 덕에 전학에 대한 긴장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교무실을 찾아 들어가 전학을 왔다고 얘기했다. 이번에도 역시 담당 선생님이 우리를 원탁으로 인도했다.

학교들은 모두 원탁책상을 쓰나 보군. 나는 낯익은 원탁에 편안히 앉았다. 더 이상 다른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편안해졌다.


전학 서류를 작성하고 선생님께서는 반을 소개해주셨다. 3학년 4반. 입주와 더불어 전학생들이 많아 아예 전학 온 학생들만으로 새로운 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 2명이 더해져 오늘부로 3학년 4반은 7명이 되었다. 3층에 위치한 교실로 올라갔다. 교실에 아이들 5명이 앉아 있었고 단상에는 선생님이 계셨다. 쌍둥이들이 들어가니 교실이 조금은 덜 썰렁해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전학은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간편했다. 아이들은 이제 아파트에서 지원하는 통학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게 되었으니 먼 거리도 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나는 대자연의 길을 거슬러 되돌아갔다. 이제 풍경도 더 자세히 보인다. 올 때보다 천천히 엑셀을 밝는다.


이곳에서의 진짜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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