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꺾는 내 손은 어린 고사리...
무언가 녹색식물을 섭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위잎, 취나물, 미나리 등을 검색해 보았다.
(나는 장보기를 거의 온라인으로 한다.)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미나리는 한 단에 5천 원 안팎으로
계산해 보면 일부 고기보다 비싸다.
미나리를 사볼까 하다가
생각이 갑자기 외할머니와의 추억으로 흐른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은
물이 가까운 집이었다.
집 뒤켠으로 드넓은 대나무밭이 있었고,
그 뒤쪽 제방뒤로는 큰 시내가 흘렀다.
물이 가까운 집이다 보니,
서까래 아래 큰 구렁이가 살고 있다고
막내삼촌이 진실인지 장난인지 모를 얘기를 하면
나는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막내 삼촌은 나와 5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장난이 심했던 삼촌은 지렁이가 자라면 큰 구렁이가 된다고
아무 말 대잔치로 나를 놀리곤 했었다.)
물이 가까운 집이다 보니
집 근처에는 미나리밭이 있었다.
누군가 경작을 하는 밭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미나리 군락지인 것이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여간해서는 심부름을
시키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오후 할머니가 딱 한 번,
냇가에서 미나리 한 줌 가져오라고 시킨 적이 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냇가로 가서
미나리를 꺾어다가 드렸다.
그날 할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야~~~
우리 갱아지가 고사리가 같은 손으로
이렇게 해 왔냐~잉~~~."
(*갱아지: 강아지)
할머니는 나를 종종 "갱아지"라고 부르셨다.
나는 애정 어린 그 단어와 사투리 섞인 할머니의 말투를 좋아했다.
솔직히 그날 내가 미나리를 꺾어왔는지,
잡아 뜯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도 자랑스럽게 미나리를 건네는 나에게
할머니가 했던 그 말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따뜻하고 애잔하게 또렷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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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장흥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