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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Mar 22. 2023

외할머니와 미나리

미나리를 꺾는 내 손은 어린 고사리...

무언가 녹색식물을 섭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위잎, 취나물, 미나리 등을 검색해 보았다.

(나는 장보기를 거의 온라인으로 한다.)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미나리는 한 단에 5천 원 안팎으로 

계산해 보면 일부 고기보다 비싸다.

미나리를 사볼까 하다가 

생각이 갑자기 외할머니와의 추억으로 흐른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은

물이 가까운 집이었다.

집 뒤켠으로 드넓은 대나무밭이 있었고,

그 뒤쪽 제방뒤로는 큰 시내가 흘렀다.

물이 가까운 집이다 보니,

서까래 아래 큰 구렁이가 살고 있다고

막내삼촌이 진실인지 장난인지 모를 얘기를 하면

나는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막내 삼촌은 나와 5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장난이 심했던 삼촌은 지렁이가 자라면 큰 구렁이가 된다고

아무 말 대잔치로 나를 놀리곤 했었다.)


물이 가까운 집이다 보니 

집 근처에는 미나리밭이 있었다.

누군가 경작을 하는 밭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미나리 군락지인 것이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여간해서는 심부름을 

시키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오후 할머니가 딱 한 번,

냇가에서 미나리 한 줌 가져오라고 시킨 적이 있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냇가로 가서

미나리를 꺾어다가 드렸다.

그날 할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야~~~

우리 갱아지가 고사리가 같은 손으로

이렇게 해 왔냐~잉~~~."

(*갱아지: 강아지)

할머니는 나를 종종 "갱아지"라고 부르셨다.

나는 애정 어린 그 단어와 사투리 섞인 할머니의 말투를 좋아했다.


솔직히 그날 내가 미나리를 꺾어왔는지,

잡아 뜯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도 자랑스럽게 미나리를 건네는 나에게

할머니가 했던 그 말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따뜻하고 애잔하게 또렷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4




*사진출처: 장흥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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