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태몽을 우리 반 학생이 꿀 수도 있나???
오래전 일이다.
내가 담임을 맡은 반에 학생이 한 명 전학을 왔다.
이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권고전학을 온 학생이었다.
교무실로 여학생 한 명이 들어오는데 급하게 검은색으로 염색을 한 티가 확연하다.
원래는 노란색이었을까, 빨간색이었을까?
집에서 급하게 염색한 티가 나는 머리는 마치 폭탄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이 알록달록하고 부스스한 머리를
2대 8 가르마로 최대한 가지런히 빗어 넘겨,
그 당시 유행하던 일명 "깻잎머리"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워낙 강렬해서
복장이 어떠했는지 표정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직 그 폭탄 맞은 "깻잎머리" 헤어스타일의 머리만이 동동 떠 있는 듯한 이미지로 기억이 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그 여학생이 왠지 싫지 않았다.
보통 권고전학을 받아 온 학생을 맞게 되는 담임교사들은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이전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든 부적응 상황이 있었으므로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깻잎머리" 소녀가 졸업까지 무난하게 갈 것 같다는
근거 없는 믿음과 확신이 들었다.
그녀와 첫날 나눈 대화는 대충 이러했던 것 같다.
"꼭 졸업하자. 약속!"
여러 선생님들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그 "깻잎머리" 여학생은 친구도 잘 사귀고
별 탈 없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다.
말괄량이 여학생으로 장난기도 많고 활달한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침 조례시간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깻잎머리" 소녀가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 나오면서,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이 어제 제 꿈에 나타났는데요,
글쎄, 황금 개구리가 나타나서 선생님 발 뒤꿈치를 꽉 물어서
선생님이 울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엥?
뭐라고?
???????"
워낙 평상시에 장난도 많이 치고,
실없는 소리도 자주 하고 해서
오늘도 아침부터 또 장난질이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며 교실을 나왔다.
그런데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그녀가 말한 내용이 장난으로 지어낸 이야기치고는
너무 구체적이고 또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하니
그건 태몽이라는 것이다.
'가만있어보자....
어?
잉?
아!!!'
며칠 뒤 산부인과 검진을 했고 결과는 임신 5주 차였다.
그때 낳은 아들이 현재 25살이다.
그 "깻잎머리" 여학생은 즐겁고 무탈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러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선배님이 되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 해, 나의 출산에 우리 반 학생들의 지분이 꽤 많다.
태몽은 "깻잎머리" 여학생이 꿔 주었고,
(막상 가족이나 일가친척 누구도 태몽을 꾼 사람은 없다.
나도 태몽을 꾼 기억이 없다.)
태교 하라며 클래식 음악을 녹음해 준 학생도 있고,
딸이면 '김희선' 닮고, 아들이면 '류시원'을 닮으라는 의미에서
그들의 사진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만들어 준 학생도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그들에게서 받았고,
그래서 너무나 행복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에게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때의 내가 빛날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에 함께 했던
그 모든 아이들.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되었겠지만,
그들의 삶에도 누군가 있어서,
외롭지 않고
어둡지 않게 밝게 빛나는 삶 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