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
벚꽃 피는 4월부터 양평에서 살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혜택( 맑은 공기, 유유히 흐르는 강물, 빼어난 자태의 주변 산들, 친근한 들꽃과 들풀 등등 )에 빠져서 마냥 행복에 겨워만 했다. 이 달콤함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지글거리던 여름의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드는 9월이 되면서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마음 한편이 허전함을 자주 느꼈다. 그런 날들이 쌓이자 허전함은 답답함으로 바뀌었고 나는 당황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살던 동네와 내가 만나던 사람들, 그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체력을 감안했을 때 당일로는 무리다. 이전 동네로 1박 2일의 일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알고 지내던 지인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녀의 집 근처 카페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반가움과 익숙함이 주는 편안한 대화가 답답한 마음의 벽에 창문을 내어 주는 듯했다.
늘 다니던 치과에 들러 진료도 받고, 자주 가던 매장이 어느 층, 어디쯤에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쇼핑몰에 가서 쇼핑도 했다. 어슴푸레한 저녁에는 산책길로 가장 좋아했던 공원에서 걷기도 했다.
떠난 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너무나 익숙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 양평에서 살아갈 힘이 생긴 듯하다.
에너지가 떨어지려고 하면 다시 충전하러 오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2023년 8월 중순에 쓴 글을 보니,
이미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양평이다.
물론 한낮에는 여전히 지글지글 하지만 말이다.
일교차가 심한 양평의 좋은 점은 가을의 단풍색이
정말 "쨍"하다는 것이다.
여름의 열기와 가을의 서늘함이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에,
나는 이리저리 휩쓸리며 한동안 처진 달팽이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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