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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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의 제주여행은
치열했던 봄과 여름을 보낸 뒤 잠시의 휴식이 필요함을 느껴서이기도 했지만,
지인인 펜션 사장님네를 방문하고자 하는 목적이 컸다.
제주에 연을 두고 겨울마다 한달살이를 몇 년 했고,
그 이후 일 년 살기를 했던 서귀포에서 맺은 인연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밝고 화사했던 사장님의 웃음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카페와 펜션을 같이 운영했었는데,
얼마 전 카페운영을 그만두셨다.
펜션도 곧 그만두실 예정이라고 하신다.
남편분이 많이, 아주 많이 편찮으시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빛바랜 사진마냥, 생기를 잃고 많이 지친 모습이다.
지난 방문 때 얼굴본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사장님은 늘 밝고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한동안 잘 먹지 못해 고생하던 나에게 입맛 돋우는 음식도 챙겨주시고,
심적으로도 의지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셨는데...
사장님 남편분은
최근에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기 전에는,
사장님 옆에서 음으로 양으로 조력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겨울에는 귤을 따서 상자 가득 담아 주기도 하셨다.
그런 분이 지금 너무 많이 아.프.다.
사장님 내외분과 같이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이 웃고
씩씩하게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는 마음뿐이었다.
그동안 두 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서 보양식도 해드리고,
사장님의 환갑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셋이서 조촐하게 생신 축하파티도 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나도 무척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이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날,
사장님과 나는 오랫동안 늦은 오후의 산책을 했다.
중간에 카페에 들러 과일빙수도 먹었고,
펜션으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양평으로 돌아오는 아침,
사장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렌터카를 돌려 펜션을 나가려는데,
사장님 남편분이 나오셨다.
이른 아침에 나가야 해서 조용히 나가려는데,
일부러 작별인사를 하시겠다고 현관밖까지 나오신 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매우 힘들어하시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양평이 가려면 멀 텐데..."
그 말에 왠지 울컥해지려는 표정과 마음을 숨기려
일부러 크고 밝은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펜션을 떠났다.
그렇게 제주를 떠나서 나는 양평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서 전화가 왔다.
펜션 사장님이었다.
......
"양평이 가려면 멀 텐데..."
이 말이 그분(사장님의 부군)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다음에 이어서...
** 인연(因緣) :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연고라고도 한다. 일의 내력 또는 이유.
불교의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비슷한 말로 유연이 있다. 불교의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석가모니는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말을 남겼다.
(출처 : https://namu.wiki/w/%EC%9D%B8%EC%97%B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