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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Mar 17. 2023

작별인사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안녕!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 2020년 6월 초,

제주로 떠날 때 나는 완전한 제주이주를 꿈꾸었다.


하지만 육지에서 나에게 책임을 원하는 일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나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육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16


명퇴 이후 내가 꿈꾸던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허락되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포도송이에 스티커를 꽉 차게 모아서 이제 상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부푼 기대를 안고 선생님에게 갔는데, 

'아니! 뒷면을 안 채웠잖아.' 했을 때의

뭐 이런 기분???

(스티커 모으기 다들 해보셨죠? 아닌가요? ^^)


2021년 6월 초에 다시 육지로 돌아왔고,

나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마치 경주마처럼 달렸다.

실제로 달린 것은 아니지만 마음가짐이 그랬다는 얘기이다.

참 전전긍긍하며 미션수행에 매달렸다.


그나마 내 마음의 쉼과 휴식, 위로가 되었던 것은

제주 1년 살이 추억의 복기(브런치에서 제주 관련 글쓰기 포함)와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간간히  tv에서 보여주는 제주 관련 영상들이었다.




미션수행에 그토록 매진했던 이유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에 열심을 내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 모든 일을 다 끝내면

다시 제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모든 미션들은 일부는 완료,

일부는 진행 중, 일부는 영구미제(?)로 남게 되었고,

나에게는 다시 한번 기회가 온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육지로 복귀한 2년 여동안 남편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잠깐 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 아르바이트는 직업이 되었다.

그것도 양평에서.

생판 낯선 양평에서의 생활을 위해 3월 말로 이사가 결정되었다.




막상 이사를 결정하고 보니,

제주에서 올라와서 2년여 동안 생활한 이곳을

잠시 스쳐가는 정류장처럼 생각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구에게?

나의 산책을 담당해 준 집 근처 공원,

내 맘을 설레게 했던 우리 동네의 가을 하늘과

바닷가 근처라서 유독 아름다웠던 석양,

친구가 되어주었던 책들로 가득 찬 도서관,

그리고 이 동네의 공기와 바람,

이 모든 것들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의 주 산책로였던 집근처 대학캠퍼스와 공원



인간은 

과거의 망상과 미래의 욕망에 눈이 멀어

현재의 선물에 감사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내 얘긴가 싶다.


요즈음 아파트 단지 내에 매화가 팝콘처럼 부풀어있다.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안녕을 말하자니

왠지 마음이 애잔하고,

낯선 풍경 속으로 들어가려는 심정이

꽃샘추위마냥 쌀쌀하다.





2023년 3월의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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